[신년기획-안녕! 대한민국](1회)`한국이 나을 게 없다`

고급두뇌들이 국내로 복귀하지 않고 해외에 체류하려는 것은 자율성, 연봉, 고용안정성 등 노동환경 등에서 해외가 국내보다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 2012년 과학기술 분야 국외 대학원생(133명)과 재직자(209명)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국내가 해외보다 우월한 항목은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신년기획-안녕! 대한민국](1회)`한국이 나을 게 없다`

대학원생은 해외 수준과 비교해 국내가 우위인 항목은 없으며 근무지역 항목이 동등한 정도며, 재직자는 모든 항목에서 해외가 우위라고 응답했다.

이 같은 인식은 다른 연구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대학원생(석·박사과정 160명)과 국내 재직자(석·박사졸업 160명)를 대상으로 해외 진학 또는 취업(이직)을 하려는 이유를 물은 결과, 선진지식 및 기술습득(50%)과 해외의 높은 연봉 수준(48.6%)을 꼽았다. 국내 연구개발 수준 및 처우가 해외에 비해 미흡해 한국을 떠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한 도전은 이상할 것이 없다. 특히 글로벌 시대 인재들의 이동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쏠림이 심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탈과 유입이 균형을 이루기보다 ‘탈한국’만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조사에서 해외로 진학 또는 취업(이직)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3.1%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기회가 제공될 경우에는 91.9%가 한국을 떠나겠다고 응답했다. 학교나 직장에 다닐 수만 있다면 10명 중 9명은 주저 없이 해외로 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석사 과정 대학원생의 해외진출 의향은 77.5%, 기회제공 시 98.8%로 나타나 다른 응답자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해외로 떠나고 또 돌아오지 않는 인력이 상당한 반면에 두뇌유출을 상쇄할 해외 고급인력 유입은 미흡한 실정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 2012년 한국에 유학 온 이공계 박사의 향후 진로를 조사한 결과 본국 취업 및 다른 나라 취학 및 진학 등 해외 출국 비율이 65.3%에 달했다. 한국에서 취업하겠다는 비중은 21.3%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두뇌유입 부족 문제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IMD의 해외 고급인력 유인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7년 3.78(48위)로 고급 두뇌 유치에 상당히 열악한 상태였다.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몇 년째 5.0(29~37위)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10에 가까울수록 해외고급인력 유인이 용이하다는 뜻이며, 0은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다. 가장 최근인 2013년도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5.26(31위)으로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고급두뇌를 확보할 수 있는 유치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동시에 인재들의 글로벌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을 감안, 두뇌순환 관점에서 인재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영성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 신흥국 모두 미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 육성 또는 해외 유치를 막론하고 과학기술 분야 고급두뇌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고급두뇌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사업들을 추진하지만 중복성으로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렵고 연구에 집중시키는 사회적 유인 및 인프라 구축 실패, 매우 취약한 경제적 유인책으로 인한 인재 유치 실패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연구원은 “초국가 민족네트워크 개념을 활용해야 한다”며 “학자, 과학자 등 연구개발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한국 출신 해외 고급인력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뇌순환 활성화를 제고하기 위해 전담 기구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두뇌순환의 관점에서 고급두뇌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인재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보를 몰라 심지어 나라에 꼭 필요한 인력도 헤드헌터를 통해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고급두뇌 정책을 하나로 모으고 그 정책과 고급두뇌 활용 및 관리를 효율적이고 직접적으로 담당할 컨트롤타워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고급두뇌에 대한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고급두뇌의 국가 간 이동에 따라 고급두뇌의 정보를 추적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오픈형 플랫폼을 통해 국내외 고급두뇌 누구나 본인의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세부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오픈형 플랫폼은 한국인, 외국인 구분 없이 고급두뇌들의 정보를 모아두는 하나의 장”이라며 “이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자에게 헤드헌터와의 연결 등 취업·이직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급두뇌의 확보 즉, 진로이탈 방지를 위해 연구개발 근로환경의 개선과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개선 노력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고급두뇌들은 경직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해외 대비 상대적 열위의 연구개발 수준, 불안정적인 일자리와 낮은 연봉 수준에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