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안녕! 대한민국](1회)"내가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영국 박사 인터뷰

최석민(가명) 박사는 영국 생활 14년째다. 학부과정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그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왔다. 영국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마치고 취직해 지금은 건축 및 조경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영국 정착생활은 자연스러운 계기로 시작됐다. 유학 도중 가정을 꾸렸고 어느덧 현지 생활이 익숙해졌다. 태어난 아이도 건강히 잘 자라고 아내도 영국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거주 자격까지 얻었다.

“한국에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제 고국이니까요. 박사 학위를 받고 자연스레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곳에 남게 됐습니다.”

가정은 물론이고 직장 생활까지 만족스럽지만 한국에서 일할 생각마저 접은 건 아니다.

“물론 한국이 고국이니 훗날 기회가 된다면 귀국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얻게 될 직업이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지장이 없는 일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전공과도 관련이 있어야 하고, 직업경력에도 도움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는 한국으로 돌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기회가 생겨도 한국행 결심을 쉽게 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생활보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나을 것이라는 보장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다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간 분들은 하나같이 ‘연구환경이나 근로환경, 생활환경 모두가 영국이 더 낫다’고들 말합니다. 근로시간의 유연성이나 근로시간 내 일에 대한 집중력과 효율성 등이 그렇다고들 합니다. 특히 저를 포함한 기혼자들은 자녀 양육환경에 크게 신경쓰는 것 같습니다. 한국 대학이나 기업에서도 외국에서 쌓은 경험을 높게 쳐준다고 하니 당장은 귀국할 마음이 생기질 않네요.”

어떻게 하면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해외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우수 인재들이 국내로 돌아와 함께 하는 ‘선순환’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무엇보다도 각자의 전공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기업이 한국에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하고, 기업이 필요한 인재 영입에 더 좋은 조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요. 그래야만 해외 정착을 선호하는 더 많은 인재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고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 정부도 자유롭게 기업이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더 많은 회사들이 설립될 수 있는 환경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야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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