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과학계에 뜻 깊은 해다. 아인슈타인이 빅뱅 우주론의 근간이 되는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한지 100년째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또 국제연합(UN)이 선정한 ‘세계 빛의 해’이기도 하다. 빛은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이다. 물리학뿐만 아니라 화학, 생물학, 공학, 의학 등 과학계 전반의 연구에 사용된다. 빛의 중요성을 감안한 빛의 해 선정을 과학계는 남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과학과 관계가 깊은 올해 국내외 과학계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연구 성과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2015년에 기대되는 과학 이슈(What to expect in 2015)’ 10가지를 선정했다.
첫 손에 꼽히는 이슈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충돌기(LHC) 재가동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CERN은 지난 2012년 실험에서 신의 입자로 불리던 ‘힉스 입자’를 찾아내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2년 만에 재가동하는 이번에는 어떤 놀라운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특히 2년 간의 작업을 통해 충돌 에너지를 힉스 입자를 찾을 때의 7테라볼트(TeV)보다 약 2배 높인 14테라볼트로 끌어올려 관측 정밀도가 10배 높아졌다. 과학계에는 LHC 실험에서 우주 구성물질의 95%에 달하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단서가 밝혀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류의 우주탐사도 한발 더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2007년 발사한 무인 왜행성 탐사선 ‘돈(DAWN)’이 올해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세레스(Ceres)’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돈은 2011년 다른 왜행성 ‘4베스타’를 탐사한데 이어 올해 세레스에 최고 700㎞까지 접근해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다. 세레스는 물과 얼음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돼 우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천체 중 하나다.
NASA의 또 다른 탐사선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호는 명왕성에 도착한다. NASA의 첫 명왕성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는 지난 2006년 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사된 이후 9년여 동안 무려 50억㎞를 항해해 명왕성에 접근한다. 명왕성은 1930년 발견 이후 태양계 마지막 행성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에 의해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떨어졌다. 뉴호라이즌스는 4월 명왕성 궤도에 진입하고, 7월 14일에 가장 근접해 표면과 위성 정보 등을 보낼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처는 에볼라 종식도 중요한 이슈로 제시했다. 지난해 서아프리카의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시작된 에볼라 출혈열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지구촌을 에볼라 공포에 떨게 했다. 올해는 빠른 진단기술의 개발과 격리 조치, 새로운 백신과 치료법 개발 등으로 에볼라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이후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논의도 관심사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한 가운데, 오는 12월 파리 유엔기후회의에서 모든 나라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이 체결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국적 제약사의 콜레스테롤 치료제 경쟁도 주목된다. 지난해 건강에 나쁜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출 수 있는 2가지 약이 상용화 직전 단계에 이르렀고, 올해 여름쯤에는 상용화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암젠과 프랑스 사노피 중 누가 먼저 약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 밖에 △우주 중력파 연구 △40만년전 인류의 게놈 분석 △새로 개소하는 연구소 중 기대를 받는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와 국립그래핀연구소, 미국 앨런세포과학연구소 △미국과 독일의 새 해양연구선 가동 및 일본 남극 포경 재개 등 해양 문제 △러시아 연구기관 재편 및 영국 3부모 시험관아기 허용 여부 결정 등이 관심을 끄는 과학 이슈로 꼽혔다.
국내에서 관심을 끄는 과학 이슈로는 역시 국내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 여부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계적인 학술정보 서비스 업체 톰슨로이터가 유룡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을 노벨상 수상자로 예측하면서 수상 기대가 높았다. 아쉽게 지난해는 수상에 실패했지만, 올해 수상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톰슨로이터의 수상 후보자 명단에 오른 후 실제 수상까지 걸린 평균기간이 3.8년이다.
밤하늘의 이벤트인 개기월식도 열린다. 올해 지구에서는 4월과 9월에 개기월식이 있다. 이 중 4월 4일에 열리는 개기월식은 국내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3월 20일에는 개기일식이 발생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관측할 수 없다.
민간 주도로 개발에 나서는 ‘차세대 중형위성’ 사업도 본궤도에 오른다.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개발에 나서고, 단계적으로 민간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참여기업들은 1월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3월부터 사업에 착수한다. 정밀지상관측용 차세대 중형위성 2기를 개발해,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1기씩 발사한다. 이번 사업으로 다양한 탑재체를 장착할 수 있는 표준형 위성 플랫폼을 개발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실용위성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광학 탑재체 기술자립화로 초정밀 기계기술, 첨단 전기기술 등 선진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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