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중의적인 단어다. 동전의 양면처럼 만남과 이별을 내포한다. ‘안녕하십니까’라는 표현으로 확장되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상대방에 대한 근심도 묻어난다. 그래서 전자신문은 연초 독자 여러분께 묻는다.
“안녕하십니까?”
본지는 올 한 해 5000만 국민과 대한민국 산업을 책임지는 역군들이 모두 안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신년 기획으로 ‘안녕’에 주목했다. 산업과 경제, 나아가 우리 사회의 안녕을 고민하고 모색하기 위해서다.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건네고 싶은 대상은 사람, 기업, 자본, 소비자 네 개 군이다.
우선 사람의 얘기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는 사람에 의존해 왔다. 국토가 좁은 데다 자원도 부족해 믿을 것이라곤 인재밖에 없는 탓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이 인재들에게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활동할 터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다 보니 두뇌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인재를 잃는 것은 곧 첨단 지식과 기술의 상실이다. 각국이 너도나도 인재 유치 경쟁에 전쟁을 벌이는 현실에서 우리가 인재를 놓치는 건 국토가 넓거나 자원이 풍부한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경제의 한 축인 기업들의 ‘탈한국’ 조짐도 심상치 않다. 제조업에서 시작된 공동화 현상은 이제 첨단 산업인 정보통신기술(ICT) 및 콘텐츠서비스 산업군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으로 본사를 옮긴 ‘넥슨’, 모바일 메신저 성공의 주역인 ‘라인’ 사례뿐 아니라 ICT 예비 창업가들도 해외서 출발하길 원한다. 이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몇몇 사업가의 개인적 욕심으로 치부하기에는 논리가 빈약하다. 러시아에서 창업한 이선웅 ASD테크놀로지 대표는 “한국에 기반을 뒀으면 내수용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식과 규제 등 국내 환경이 글로벌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이탈은 두드러지고, 국내 기업과 산업을 뒷받침하던 소비자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민국이 이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굳이 관심을 보여야 할 이유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더 큰 걱정이 있다.
인재와 기업, 자본과 소비자의 마음이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창조경제가 제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굿모닝 코리아’를 외치면서 매일 새로운 아침을 맞을 수 있는 길을 우리 함께 찾아보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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