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인기 칼럼 ‘이재현의 미디어 공명 읽기’가 45회로 1년간의 연재를 마쳤다. 미디어 공명이라는 새로운 주제와 매주 참신한 소재를 활용해 이를 설명한 칼럼에 대해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긴 연재를 마친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글쓰기가 힘들었지만, 흥미 있는 주제라서 즐거운 글쓰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재현 교수는 “쓰는 동안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주제 자체가 흥미로워 매주 재미있게 쓸 수 있었다”며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큰 힘이 됐고, 특히 미디어 분야 이외에 공학,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평을 해줘서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미디어 공명이라는 주제는 수천년을 사이에 두고 일어난 사건을 물리학 용어인 공명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 공명은 현재의 하이테크를 새로운 기술 혁명이라고 보는 ‘테크놀로지 혁명 담론’, 우리의 기술이 과거의 기술보다 우월하다는 ‘자기중심적 역사관’, 그리고 역사는 인과적인 사건들의 연쇄라는 ‘연속성의 역사관’에 대한 비판”이라며 “좀 더 겸손한 기술역사관”이라고 밝혔다. 이어 “길게는 수천년을 사이에 두고 일어난 두 사건이나 기술이 비슷한 발상을 하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하는 의문이 있었다”며 “물리학 용어인 공명이라는 개념을 통해 기술과 기술, 사람과 기술, 사람과 사람이 공명하는 것을 설명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칼럼 소재 발굴은 현재와 과거 두 소재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에서 나왔다.
그는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됐지만 과거와 현재 각각의 현상은 잡지에 실릴 정도로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라며 “문제는 두 계기를 연관시키지 못했던 것인데,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건을 연결하면 놀라운 ‘공명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는 현재의 기술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와 공명하는 과거 기술을 찾아가기도 하고, 그 반대로 하기도 했다”면서 “현재 하이테크 거의 대부분이 공명하는 과거의 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칼럼이 인기를 끈 것은 공학, 과학, 역사, 철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설명이 한몫했다.
이 교수는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요즘 통섭이다 융합이다 해서 현대 사회가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근대 이후 ‘전문성’의 추구로 통섭적 접근이 약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성과 반작용으로 융합이 강조되는 것 같다”며 “각기 다른 사람이 모인다고 융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융합형 인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앞으로의 미디어 환경에 대한 전망도 했다.
이 교수는 “과거와 공명하는 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술은 속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속도와 효율성이 미디어나 언론의 다른 측면들을 압도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본질은 망각되고 있는 것 같다”며 “콘텐츠 배급의 효율성만을 생각하다보니 공공성은 시대착오적이라며 폄하되곤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공명이라는 개념으로 미디어 현상과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기를 권했다.
그는 “공명이라는 창을 통하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어쩌면 이것이 미디어의 본질이고 인간 욕망의 실체일지 모른다”면서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보너스도 주어진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