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윤종규號, 조직 봉합 및 지배구조 기반 다져

차기 KB국민은행장 물망에 올랐던 KB 내 2인자 4인이 모두 물러났다. 대신 윤종규 회장의 이른바 ‘CFO 라인’이 급부상하고 있다. 윤 회장 1인 체제가 사실상 굳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종희 KB지주 부사장
양종희 KB지주 부사장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회장과 인사의 경쟁관계를 유지했던 조직 내 2인자로 꼽힌 윤웅원 KB금융지주 부사장, 박지우·민영현 KB국민은행 부행장이 이번 조직 개편과 함께 모두 물러났다.

윤 부사장은 올해 7월, 민 부행장은 올해 8월, 박지우 부행장은 2016년 8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조직을 봉합하고 지배구조를 확실히 다졌다는 평이다. 금융당국도 주전산기 갈등 문제 등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던 이들 2인자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업계는 이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퇴진 한 것은 KB 내 조직갈등 제공자로 논란이 됐었고 회장과 행장 겸임 체제가 도입되면서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 탓으로 분석했다.

최근까지 금융위원회는 KB금융그룹 지배구조 안정과 LIG손해보험 인수의 전제조건으로 윤 부사장과 박 부행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윤 부사장과 박 부행장은 KB사태 당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들의 퇴진은 조직 내 지주와 은행 간 갈등구조를 조기에 제거하고 이사회 영향력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은행장을 노렸던 임원은 총 4명으로 윤 부사장과 박지우, 민영현 부행장, 그리고 박인병 KB부동산신탁 사장이 거론됐다”며 “박인병 사장은 작년 8월 이미 퇴진했고 윤웅원, 부사장과 박지우, 민영현 부행장이 이번에 모두 회사를 그만두면서 향후 윤 회장의 입지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2인자의 퇴진으로 지주, 은행 이사회 멤버는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 정리 절차를 밟게 됐다. 정병기 상임감사를 제외한 이사회 임원은 절반 이상이 이미 나갔고 오는 3월까지 모두 물러난다.

이에 따라 윤종규 회장의 ‘CFO 라인’이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했다. CFO 출신인 윤 회장이 같은 CFO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양종희 전 KB지주 전략기획부 상무를 그룹의 KB지주 부사장으로 파격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 부사장은 상무로 승진한 지 불과 1년여만에 전무·부행장 등 중간 단계를 모두 건너뛰고 부사장 자리를 꿰찼다.

허정수 KB국민은행 재무담당 본부장도 LIG손보 CFO가 유력시되면서 ‘CFO 출신 라인’ 구축에 돌입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윤 회장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지배구조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임원 인사는 출신에 관계없이 새로운 인물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