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직접투자(FDI)가 지난해 190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엔 200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외형도 그렇지만 내용도 좋다. 제조업 투자가 전년보다 64.6% 늘어난 76억5000만달러로 전체 FDI의 40%를 넘었다. 특히 부품소재 제조업 투자가 활발했다.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다. 이 분야 FDI 증가는 우리가 경쟁력을 더 키울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소프트웨어, 경영컨설팅과 같은 비즈니스서비스업에 대한 FDI도 증가했다. 인수합병(M&A) 투자도 크게 늘었다. 외국인은 한국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산업에도 경쟁력이 있으며 사들일 정도로 좋은 기업이 많다고 보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자유무역협정(FTA) 본격화와 맞물려 FDI는 더욱 늘 전망이다.
외국인은 이렇게 한국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데 정작 우리는 부정적으로 본다. 특히 대기업들이 그렇다. 돈을 벌어도 새 투자보다 밀린 빚 갚는 것에 집중한다. 2013년 국내 기업 투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감소했다. 같은 해 기업 부채비율은 크게 떨어졌다. 현금보유는 급증했다. 기업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해 재무구조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은 지난해도 이어졌다. 올해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특히 대기업은 경영을 보수적으로 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 대기업의 안정 추구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모든 분야가 다 나쁜 게 아닌데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몸부터 사린다. FDI가 최근 집중되거나 늘어난 분야만 해도 우리 기업들이 투자할 만한 여지가 많다. 투자라고 설비투자만 있는 게 아니다. M&A도 투자다. 고용을 늘리는 것도, 협력사 지원도 투자다.
외국인직접투자라고 다 방향을 잘 읽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아니다. 분명한 것은 외국인과 우리 기업의 투자 관심 분야와 의지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둘 중 하나는 후회할 일이 생긴다. 우리 기업은 아니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