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 합산규제를 놓고 KT 진영과 반KT 진영이 격돌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논쟁이 6일 국회 법안소위 논의를 앞두고 최고조에 달했다. 각 진영이 내세우고 있는 핵심적 찬반 논리를 지면에 소개한다.
![[합산규제 논란]贊-반쪽 시장논리는 위험](https://img.etnews.com/photonews/1501/643378_20150105164508_390_0001.jpg)
방송산업이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전반적 시청률 하락과 주문형비디오(VoD) 이용률 급상승으로 TV광고 중심 비즈니스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기반 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를 대체, 기존 방송 플랫폼의 주도권이 위협받고 있다.
한류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방송콘텐츠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방송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선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송 플랫폼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 플랫폼을 책임지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공정한 ‘게임의 룰’ 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소모적 논쟁만 지속하고 있다.
합산규제는 KT를 제외한 유료방송 사업자 모두가 찬성하고 있고, 여야 의원이 동시에 입법을 발의할 정도로 업계를 비롯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쉽게 법제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입법화가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현재 케이블TV·IPTV는 가입자 기준으로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제도화됐다. 하지만 위성방송은 가입자 규제가 없어 제한 없이 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
무엇보다 입법화를 반대하는 KT는 압도적 1위 유료방송사업자다. IPTV와 국내에 하나뿐인 위성방송을 동시에 소유하며 가입자 규제를 받지 않는 특혜를 누리고 있어 신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더욱이 합산규제는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입법 미비한 사항을 보완해 모든 사업자가 동일한 규제를 받아 공정경쟁을 하자는 취지다. 입법화를 반대하는 것이 궁색할 수밖에 없다.
KT는 합산규제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라며 통신법과 같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 49%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방송시장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일반 시장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KT의 주장은 법체계에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송법의 철학과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또 KT가 소유한 IPTV도 매체 간 균형발전을 추구한 특수법 IPTV법의 보호 아래 지금까지 성장한 것을 망각한 주장이다.
방송은 한 국가의 언론과 문화, 여론형성을 주도하는 공적 책임이 큰 분야다. 당연히 일반 재화나 서비스 시장과 분리된 기준이 필요하다. 이런 기준은 방송법으로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사회적 합의이며 방송의 역사 그 자체다.
방송산업은 시장규모 이상으로 다른 산업에 광범위하게 경제적 견인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에 단순한 반쪽 시장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방송산업이 만든 한류 콘텐츠의 힘은 국가 브랜드를 격상시키고, 한국에 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 한국 제품의 수출로 이어지는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다.
방송콘텐츠가 음식이라면 방송 플랫폼은 그릇이며 식당이다. 이처럼 방송산업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콘텐츠와 플랫폼이 균형 있게 상호 발전해야 방송산업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다가오는 미디어 융합시대에 통합방송법으로 차세대 방송 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도모하는 큰 그림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통합방송법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상식적 규칙이 방송시장에 차별 없이 적용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2015년 새해, 국회가 ‘합산규제’를 법제화해 방송시장의 성공적 발전을 유도하기 바란다.
이영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마케팅분과위원장 yngklee@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