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칼럼]자율주행차 기술개발 혁신 원년 만들자

[자동차 칼럼]자율주행차 기술개발 혁신 원년 만들자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일 수백만명이 교통사고로 다치고 3500명 이상이 사망한다. 증가폭도 커 이 추세라면 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연간 약 19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로나 차량보다는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과실이 교통사고 전체 원인의 90%를 차지한다. 세계 각국도 이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전벨트·에어백 의무장착에 이어 최근엔 곡선도로 선회 시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차량자세제어장치(ESC), 타이어 공기압 부족을 경고하는 타이어공기압모니터링장치(TPMS)도 신차에 의무 장착토록 한다. 소비자가 차량 안전도를 알 수 있도록 평가하는 신차안전도평가(NCAP)도 정부 주도로 실시 중이다.

안전규제 정책과 더불어 교통사고 제로를 위한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그 중심에 자율주행자동차가 있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위험을 판단하고, 주행 경로를 계획하는 자동차다. 운전자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은 1990년대부터 정부 주도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핵심 부품 및 시스템 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GM, 벤츠, 아우디, 도요타, 닛산 등 선진 기업은 2020년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율주행차 시장도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0년 자율주행차 개화기 시장 규모는 8000대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85%에 달한다. 2035년에는 출시 15년 만에 전체 차량 판매의 75%를 자율주행차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13대 산업엔진 중 하나로 자율주행차를 선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추진단을 구성했다. 핵심 부품 및 시스템은 산업부, ICT와 접목한 서비스는 미래부, 법·제도 개선과 시험 평가 기준은 국토부 중심으로 추진한다. 추진단은 부처별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협조 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알아서 할 일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냐고 반문한다. 기계 중심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에서는 일리 있는 말이지만 이젠 생태계가 다르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카메라, 레이더 등 핵심 부품 및 시스템 기술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완성차 업체는 해외 부품을 활용할 수 있지만 우리 부품 기업은 자금과 기술 부족으로 준비가 미흡하다.

특정 센서가 개발됐다고 해서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센서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융합해, 이를 기반으로 정확한 판단과 제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종합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자동차 기술은 한 번의 실수로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고, 리콜 등으로 기업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모든 상황에 대응 가능한 완벽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집중 투자가 요구된다. 결국 정부가 별도 예산을 갖고 집중 지원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수출의 13%를 점유할 만큼 주요한 산업이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20여년 전부터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집중해 이미 기반을 확보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중국도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샤오미 위협’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자동차의 샤오미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자율주행차 기술로 장벽을 친다면 시장을 방어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 일본, 유럽을 뛰어넘는 자동차 강국도 바라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전기·전자, 정보통신 기술을 가졌다. 자동차 산업은 세계 5위다.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조건이 나쁘지만은 않다. 을미년 새해는 산·학·연·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자율주행차 기술 혁신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종덕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스마트카PD jdmoon@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