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20년 전, 1990년도 초반에 ‘별안간에’ 등장한 인터넷은 당시 일반인들에는 생소하기도 하거니와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첨단 통신기술이었다.
2015년. 약 20년이 흐른 오늘 인터넷은 마치 수도꼭지를 틀면 당연히 나오는 수돗물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지난 2009년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비트코인.
2014년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비트코인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사용하기엔 너무도 난해하고 불편한 1990년대 초반 인터넷 못지않게 생소한 그 무엇으로 자리하고 있다.
인류역사, 멀리 보지도 말고 인류가 쉽게 돌이킬 수 있는 5000년만 돌이켜 보자. 인터넷이 나오기 전 4980년간 인류가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과, 인터넷이 나온 후 20년간 인류가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팩트’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부터 20년 후, (아니 실은 5~10년 후로 예견된다)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화폐’가 인류의 ‘화폐 교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겪고 나면 그때서야 “아, 옛날엔 화폐를 주로 종이나 금속으로 사용했었지” 할까?
영국 정부(재무부)는 얼마 전, “비트코인을 화폐로 공식 인정한다. 런던을 세계에서 비트코인 사용이 가장 편리한 곳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런던은 뉴욕, 프랑크푸르트와 더불어 세계 3대 금융허브 도시다. 비트코인의 공식화폐 인정의 뜻을 간단히 해석하면, 영국 파운드화와 비트코인의 환율을 연동하겠다는 뜻이다. 마치 한국은행이 달러와 원화를 연동해 외환거래 환율을 공시하고 두 화폐 간 원활한 거래가 이루어지게끔 하는 것처럼. 그것을 영국 정부가 직접, 그것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의 경제·금융 당국이 앞장서서 비트코인을 정부 공인 화폐로 이미 인정한 사실을 놓치지 말고 볼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그들이 ‘비트코인을 차세대 인류의 화폐로 이미 인정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최근 영국정부의 발 빠른 ‘비트코인을 국제금융허브 구축에 국가적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선포에서 지혜를 받아 비트코인 생태계 조성에 적극 지원이나, 아니면 최소한 ‘규제 일변도 금융정책’을 비트코인에 적용시키지 않는 명철한 현실감각을 발휘해야 한다. 비트코인은 화폐 인프라, 결제 인프라, 금융 인프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경제 기반이기 때문에 정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느 순간 개입하는 것은 자명한 수순인데, 대한민국이 금융 후진국으로 낙후할지, 아니면 글로벌 금융 허브로 ‘급속 도약’할지는 이번 비트코인 ‘현상’을 정부의 고위 금융관료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입장을 취하는지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을 세계적 금융 강국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대한민국 정부 금융전문가들이 정확히 꿰뚫어 보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창조경제를 멋지게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김일선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caseyk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