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2015년에 집중으로 추진할 신규사업으로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을 꼽았다. 지난해만 해도 플랫폼이니 빅데이터를 주요 사업으로 꼽다가 이제는 IoT가 화려하게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를 몇 년 해보니 눈에 띄는 결과물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빅데이터 분야에서도 굳이 실적이라고 따진다면 KT가 추진했던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 선정이나 AI 확산 경로 조사 정도를 들 수 있다.
이 두가지 사례는 빅데이터 분석으로는 훌륭한 업적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매출 구조와 투자규모·인력을 생각하면 프로젝트 베이스의 결과물이 아니라 각 부문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일상 업무화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신규사업으로 정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IoT도 좀 살펴 보자. IoT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의 약자로 인간과 사물·서비스 세 가지로 분산된 환경 요소에 대해 인간의 명시적 개입 없이 상호 협력적으로 센싱, 네트워킹, 정보처리 등 지능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물 공간망을 말한다. 쉽게 얘기해서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으로 연결하게 되면 어디에 뭐가 있거나,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IoT가 이제는 IoE로 진화하고 있다. IoE는 만물인터넷(Internet on Everything)이라고 해서 문자 그대로 만물에 센서를 부착하는 것이다. 시스코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IoT가 ‘기술’이라면 IoE는 실시간 연결성을 통해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변화 될 ‘미래의 생활 방식’ 또는 ‘생활 양식의 혁신’을 말한다.
가트너는 매년 향후 2~3년 안에 주력으로 등장할 정보기술을 발표하고 있다.
그해 5위까지만 봐도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현재 수준은 2010년에 발표된 기술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과거를 돌아보면 가트너가 발표한 정보기술이 한국 기업에서 일반화되기까지는 거의 10년 넘게 걸린다. 정보기술을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IT회사들의 R&D부서에서는 첨단 IT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정보기술을 논할 때 항상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고 얘기들 한다. 이는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지, 그 위에서 오가는 정보의 질이나 부가가치가 높다는 뜻은 아니다. 마치 고속도로에 산업 관련 차가 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말 행락객만 다니는 격이다.
신년 벽두에 각 기업이 올해 주력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정보기술을 보면서 최고경영자나 전략부서가 정보기술의 발달과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에서의 정보기술은 HW는 첨단이지만 SW는 후진적인 기형적 형태다.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정보기술의 개발과 시장주도 전략은 차치하더라도 기존 정보기술의 전략적 활용 측면에서 아직 멀었다.
기업이 정보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뜻은 새로운 정보기술을 근간으로 한 소프트웨어로 기업의 차별화, 효율화, 신속성을 확보한다는 뜻이다. 정보기술이 철근이라면 소프트웨어는 콘크리트다. 다 아는 얘기지만 우리나라에 내놓을 만한 소프트웨어가 뭐가 있는가? 정보기술의 전 분야 OS, DB, NW, ERP, 모바일 등 어느 분야에서도 내놓을게 그다지 없다. 많은 기업들의 정보부문이 이런 외산 소프트웨어를 가져와 현업에 맞게 개발해 적용하는 것조차 벅차해 한다.
현실이 이런데도 선진국이 발표하는 새로운 정보기술을 마냥 따라 가는 전략을 새해의 전략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려 되는 바 크다. 2~3년 뒤에 다시 한 번 보자. 아마도 빅데이터와 IoT를 구현하기 위해 하드웨어에는 엄청나게 투자했겠지만 어떤 경영상의 혜택을 낳았는지는 경영자도 잘 모를 것이다. 받쳐주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신년 초의 전략 발표는 상징적 발표일 뿐이라고 오해하지 말자. 어차피 사장에게 주어지는 올해 경영목표는 신규 전략과는 관계없이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최근 5년간 주요 정보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