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된 북미가전쇼인 ‘CES 2015’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 제품들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다국적 거인으로 굴기한 두 회사는 최첨단 가전 기업을 넘어 사물인터넷(IoT) 혁명의 선도주자로서 ICT 코리아의 위용을 만방에 과시했다.
주지하듯 지금은 스마트 혁명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이러한 문명사적 도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속가능성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융성기회도 함께 좌우된다. 이들 기업의 항해도에 놓인 나침판은 어디를 지향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포스트 IoT시대에 타깃을 맞춰 초연결화, 초공간화, 초생명화라는 항구를 찾아가는 대항해길이 될 것이다.
첫째, 포스트 IoT의 첫 단계는 초연결화 전략의 완성이다. 20세기 정보혁명은 지능을 지닌 수십억 인류를 대상으로 서로를 보다 잘 연결하는 사람 간 소통혁명이었다. 그러나 21세기 스마트 혁명은 지능역량이 없는 수백, 수천억 개의 사물들을 소통혁명에 동참시키는 새로운 초연결 혁명이다.
초연결 혁명은 지금까지 독립적인 생태계로 유지해 온 정보 인프라, 에너지 인프라, 교통 인프라를 보다 증강된 통합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정전교(情電交) 융합 인프라 구축전략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제2의 애플과 삼성이 수십 개가 새로 생겨날 것이다. 동시에 현세를 호령하는 수십 개의 디지털 거인들이 사라지는 광경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둘째, 지구상의 사람과 사물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또 하나의 접근법으로서 초공간화(超空間化) 경영전략이 대두된다. 이는 사람과 사물이 존재하는 환경 즉 공간의 지능화를 통해, 공간과 사물이 양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공간의 환경적 지능화(Ambient Space Intelligence)를 동시에 추진하는 경영전략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전제하는 초공간화란 모든 사물에 인터넷과 센싱 기능을 탑재하는 초연결 컴퓨팅 환경을 전제로 공간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수동적인 하드웨어로서의 존재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물에 필요한 기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재화(Space Goods)의 생산과 소비플랫폼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주지하듯 현재는 PC와 스마트폰의 OS 생태계를 장악한 기업이 디지털 제국의 빅스위치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초공간화 시대에는 환경에 스며들어 있는 분산형 지능디바이스를 제어하는 공간운용시스템(Spatial Operating System)을 지배하는 기업이 새로운 초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초연결화와 초공간화의 진정한 대완성은 사람과 지능을 부여 받은 방대한 디지털 생물 간의 공생 생태계로서의 초생명화(超生命化)로 귀결된다. 그동안 만물의 영장인 인류는 생명과 무생물, 인간과 비인간(사물)의 이분법을 전제로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스마트 문명은 강력한 처리역량을 사물에 부여하는 단방향 인공지능화 혁명이어서는 안 된다. 포스트 IoT혁명이 인간의 존엄을 살리는 진정한 디지털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스마트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철학과 비전, 초생명 시스템을 정착시켜 가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CES 2050’에서도 여전히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남기 위해 초연결화, 초공간화, 초생명화를 과제로 부여한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길이 대한민국 기업들의 진로를 가로막는 작금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면서, 초장수 기업으로 나아가는 공명정대한 경영의 본질이기도 하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