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 가격을 최고 50% 인상을 추진 중인 것은 광고 수익 악화에 따른 경영난 타개책으로 풀이됐다. 수익 구조를 광고 중심에서 콘텐츠 이용료로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는 포석이다.
실제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해부터 유료방송 사업자에 부과했던 280원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최대 4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최근에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에서 철수, 네이버·다음카카오와 광고영업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콘텐츠 제값받기’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배포한 ‘2013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한국방송공사(KBS)가 기록한 지난 2013년 광고 매출액 규모는 전년 대비 약 440억원 줄어든 5793억원이다. 같은 기간 문화방송(MBC)은 4790억원으로 전년보다 140억원 감소했다. 에스비에스(SBS)는 250억원이 줄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해도 각각 수백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7500만달러(약 822억원)를 투자해 중계권을 따낸 브라질 월드컵 광고 매출이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 3사는 한국 대표팀의 졸전, 시차 등으로 월드컵 기간 약 3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수익은 매년 감소한 반면에 재송신 매출액과 방송 프로그램 판매 매출액 규모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실제 KBS의 재송신 매출액은 2012년 208억원에서 2013년 428억원으로 갑절 이상 뛰었다. 방송 프로그램 판매 매출액은 같은 기간 약 85억원 늘었다.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 방송사가 이번 VoD 가격 인상으로 일시적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결국 수요 이탈을 촉발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우려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수익 확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조건 가격만 올리는 것은 근시안적 경영 전략”이라며 “VoD 시청 가구 수가 줄면 결국 지상파 수익이 동반 감소하는 부메랑 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는 VoD 판매 수익을 7 대 3으로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 VoD가 1500원에 판매되면 지상파 방송사가 기존보다 편당 350원을 더 벌어들이게 된다.
IPTV 업계 관계자는 “실제 지상파 방송사가 가져가는 수익 배분율은 현재 알려진 것(70%) 보다 훨씬 많다”며 “사실상 지상파 방송이 시청자 요금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유료방송과 지상파 방송의 경계가 사라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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