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강하고 마모도 덜 될 뿐만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케톤. 효율성이 높으며 다양한 용도로 쓸 연료전지. 미래 영화관에 구축할 차세대 영화상영 시스템. 창조경제민관협의회가 최근 확정한 플래그십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구현 가능성과 실효성이 높다. 기업이 이미 일부를 개발했다. 수요도 뚜렷하다. 쓰임새 역시 다양하다. 다소 실체와 용도가 모호했으며 개발 가능성도 확실하지 않았던 기존 정부 연구개발 과제와 사뭇 비교된다. 민간, 특히 기업이 개발부터 과제 확정까지 적극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폴리케톤만 해도 효성이 정부 지원을 받아 원천기술을 개발했으며 양산을 준비한다. 한국지엠, 동아베스텍, 노틸러스효성 등 수요 업체도 활용사업에 필요한 투자를 추진한다. 전용안경을 쓰지 않고도 입체적인 몰입감을 주는 다면영화상영시스템은 CJ와 KAIST가 개발했다. 연료전지 구축은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 다양하게 추진된다.
민간기업 참여는 당장 필요한 기술과 제품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게 한다. 수요와 시장이 생기면 기업들은 시키지 않아도 뛰어든다. 창조경제민관협의회가 확정한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보면 민간 기업 투자 의지가 높다.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수요기업과 연결됐으며 정부 지원까지 받는다. 상용화가 빠를 수밖에 없다.
정부 R&D 과제를 모두 이런 식으로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빨리 상용화하고 발전시킬 산업 분야라면 이렇게 민간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이 유효한 방법이다. 민간 기업이 중심이 돼 과제를 선정하고 수요 기업 연결과 정부 지원과 같은 기본 틀을 다른 중장기 R&D 과제에도 접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창조경제 원천은 민간이다. 시장이 보이면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창의적인 문제 해결책을 내놓는다. 차량운행기록장치로 운전 습관을 파악해 보험료를 차등 산정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창조경제민관협의회가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이런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