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화소 카메라로 담은 풍경을 친구와 공유하고 패션 잡지를 읽고 게러지 밴드로 나를 위한 음악을 만들거나 미끄러질 듯 한 화려한 3D 게임을 즐긴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하나는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얇은 풀 사이즈 태블릿PC ‘아이패드 에어2’다. 9.7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손가락 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방금 전까지 앨범이었던 화면은 주가 분석 모니터가 되더니 순식간에 악기와 몇 년 전 고성능 게임기를 닮은 화려한 그래픽의 3D 게임기가 된다. 이것이 아이패드 에어2의 매력이다. 그보다 가벼움에 먼저 놀란다. 손에 쥔 두께의 촉감은 마치 타임지, 뉴스위크 등의 주간지를 집었을 때 느낌이다. 정말 얇고 가볍다. 437그램은 ’까딱’ 손목 힘으로 이러 저리 옮길 수 있는 수준이다.
가볍고 얇은 것은 이미 아이패드 에어에서 충분히 경험했으니 별거 아니지 않으냐고 되물을 수 있다. 아이패드 에어2는 한 뼘 더 진화를 했다는 표현이 알맞다. 특히, 애플은 두께 6.1mm를 만들기 위해 아이패드의 생명과도 같은 디스플레이 구조 자체를 뜯어 고쳤다.
◇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재창조=지금껏 아이패드는 화면을 표시하는 LCD, 손가락 터치에 반응하는 터치 센서 그리고 이를 감싸는 커버 유리까지 3층 구조였다. 아이패드 에어2는 이를 하나로 통합 각층 사이에 존재하던 공기층(air gap)을 없앴다. 영상과 손가락이 닿는 공간이 거의 사라진 셈이다.
3개 층을 하나로 통합한 효과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에어 갭의 틈새에서 빛이 반사되는 문제도 있었다. 에어 갭을 없앤 덕분에 아이패드 에어2는 더 적은 소비전력으로 동일한 화면 밝기를 제공한다. 에너지 효율이 향상된 것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 성능 향상도 꾀했다. ‘희미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그’ 차이는 쉬이 느껴지지 않지만 이것이 쌓여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애플 특유의 감성이 느껴진다.
2011년 아이패드2 출시 후 태블릿PC로 사진 찍는 풍경이 흔해졌다. 특히, 아이들 유치원 재롱잔치나 운동회를 사진, 영상으로 담는 모습이 늘었다. 무게 탓에 어깨가 뻐근할 만도 한데 말이다. 아이패드 에어2는 어깨 결림을 없애는 가벼움에 아이폰 못지않은 실력의 카메라까지 품었다. 아이폰 카메라는 광학 줌이 안 될 뿐 웬만한 콤팩트 디카에 버금가는 화질을 자랑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디지털 카메라 중 하나다.
플래시가 없어 어두운 곳에서 아이폰6 사진 결과물과 비교하면 창백한 느낌이면서도 기존 아이패드에 비해 확연한 성능 향상을 보여준다. 아이폰 사용자 사이에서 인기 끄는 슬로 모션 및 타임랩스 등 재밌는 기능도 지원한다. 아이폰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대안으로 충분히 쓸 만한 수준이다.
◇ 즐거움을 받쳐주는 비약적인 성능 향상=아이패드 에어2의 또 다른 특징은 극적인 성능 향상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여기에 더 기뻐할지도 모른다. A7(아이패드 에어, 아이폰5S)에서 A8로 업그레이드 후 두드러진 성능 향상이 없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A8X. 긱벤치 결과만 보면 2011년형 맥북에어와 맞먹는다. A8X는 아이폰6 A8 프로세서보다 10억 개 많은 약 30억 개 트랜지스터를 탑재했다고 한다. 10억 개가 어디에 쓰이는지 불확실하면서도 긱벤치3 시스템 정보에 따르면 A8X는 1.5GHz로 작동하는 3개의 코어로 구성된다. A8과 A7은 2코어다.
그래서인지 멀티 코어 성능 향상이 압도적이다. 아이패드 에어2는 L2 캐시가 2MB, 램은 2GB다(아이패드 에어는 L2 캐시는 1MB, 램은 1GB). 하드웨어 스펙 향상이 성능으로 이어진 결과다. GPU는 어떨까. 3D퓨처마크에서 A7은 15120점을 기록한 반면 A8X는 21778점이다. 그렇다면 성능 향상을 이유로 아이패드 에어2로 바꿔야 할까. 그렇지 않다. 아이패드 에어도 충분하다. 기존 앱을 쓸 때 특히 그렇다.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2를 발표하며 픽셀메이터 팀이 새롭게 개발한 아이패드 버전 ‘픽셀메이터’ 데모를 시연했다. 맥 사용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사진 편집 앱을 끌어들인 애플의 의도는 분명하다. 아이패드 에어2 환경에서 픽셀메이터의 매끄러운 동작은 제품 정체성을 명확하게 전달할 뿐더러 맥 사용자들까지 만족하고도 남음이다. ‘메탈’ API를 적용한 게임 ’베인 글로리’는 마치 맥에서 게임을 하는 듯 한 느낌이다. 애플이 12.9인치 아이패드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맥북에어 못지않은 성능을 감안할 때 크고 강력한 태블릿PC의 라인업 확대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 안전한 태블릿PC ‘터치ID’=아이패드 에어2의 또 다른 특징은 지문 인식 ‘터치ID’다. 터치ID의 유용성은 화면 잠금을 해제할 때다. 아이패드 정보를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4자리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일이 많은 아이패드는 암호를 입력하는 동안 큰 화면 탓에 노출될 위험이 스마트폰보다 많다. 그러나 터치ID는 손가락을 살짝 올려놓으면 사용자 확인이 되고 잠금이 해제된다. IBM과 협업으로 활기를 띄는 기업 시장에서도 터치ID는 큰 힘을 보탤 것이다.
아이튠즈 스토어 및 앱스토어, 아이북스 스토어 결제에도 쓰인다. 암호 대신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결제가 된다. 그런데 터치ID 가치를 이것만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 애플은 iOS 8.1 업데이트에서 터치로 결제되는 애플 페이를 넣었고 온라인 쇼핑몰로 확대하고 있다. 음악과 앱처럼 옷과 신발을 고른 뒤 구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되는 것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터치ID는 또한 다른 앱 개발자들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에버노트는 지문 인증을 하지 않으면 표시되지 않는 메모 기능을 지원하고 향후 모든 앱에서 다양한 형태로 지문 인증이 사용될 것이다.
◇ 아이폰6 플러스 그리고 아이패드 에어2=아이패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컴퓨터보다 빠르고 간단한 방법으로 만족시켜주는 기기다. 카페에서 주가 동향이 궁금할 때 노트북처럼 화면이 켜지고 와이파이 연결까지 대기 시간 없이 잠금 해제하고 바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니 여러모로 실용적이다. 아이폰에서도 할 수 있다고?
5.5인치 아이폰6 플러스가 출시되고 아이패드 미니 시장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와 무관치 않다. 필자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사용해보니 화면이 큰 아이폰과 화면이 작은 아이패드 각각의 명확한 구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잡지나 만화 등의 콘텐츠를 확대화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아이폰6 플러스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화면이 작은 만큼 시력과 무관하게 가까이 응시하고 읽게 된다. 장시간 읽기 힘들다.
화면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정보를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 열람, 영화 감상, 웹 브라우징도 마찬가지다.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도 화면 크기에서 오는 장점은 명확하다. 워드 프로세서에서 기호를 입력하고 스프레드 시트에서 표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에서 슬라이드 만들 때 4인치 이상의 편의성으로 다가온다. 무료 비디오 편집 앱 아이무비에서 아이패드 에어2로 촬영한 HD 영상 편집 과정에서 편집 중인 클립이 표시되는 미리보기 영역에 720p 고화질 영상보다 화소가 많은 1335×755 해상도로 표시된다. 몇 년 전 고사양 편집 시스템을 옮겨놓은 듯하다.
명쾌한 아이덴티티의 아이패드 에어2. 그러나 아이패드 에어를 쓴다면 고민스럽다. 아이패드 에어 또한 충분히 얇고 가벼우며 여전히 날렵한 움직임을 뽐낸다. 무리하게 바꿀 만큼 터치ID 끌림은 약하다. 당분간 앱 개발자 대부분은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2/3 등 A7 프로세서를 탑재한 아이패드를 메인으로 간주하고 앱 개발을 진행할 것이다.
좀 더 나아가서는 메탈 API를 적용한 게임, 픽셀메이터 등의 고사양 앱 증가가 아이패드 활용성을 넓힐 것이다. 아이패드 에어2는 거기에 발을 디딘 최초의 아이패드이며 그런 의미에서 과도기적 제품이라 할 수 있다. A8X 이후 아이패드가 메인으로 자리 잡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PC 영역의 앱, 게임을 체험하고 싶다면 아이패드 에어2가 가장 빠른 답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