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동의 기름전쟁 여파가 현실화됐다. 미국 중소 셰일 개발업체 WBH가 파산신청을 한 가운데 도산하는 업체가 늘어 업계에 저유가 쇼크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에서 셰일을 개발하고 있는 WBH는 지난 4일자로 텍사스 연방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지난해 여름 이후 곤두박질치며 내려간 유가 탓이다. 회사는 5000만달러(약 550억원)가량의 부채를 갚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유 가격 하락으로 예상만큼 매출이 오르지 못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
현재 대부분의 셰일 유정에서는 이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셰일 개발은 지하 셰일 층에 균열을 내고 기름이나 가스를 꺼내야 해 중동 거대 유전에서의 생산보다 개발비용이 높다. 하지만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선도 무너지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자금력에 한계가 있는 대부분의 중소 개발 업체들은 대출 등으로 개발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여기에 선물 거래 등을 이용한 가격 헤지도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아 유가 하락은 곧바로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지방 금융기관들마저 유가 하락 우려에 중소 셰일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금 회수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 이상 중소 업체의 파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어려움이 커진 중소 개발 업체들은 자금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 억제를 서두르고 있다. 오아시스 페트롤리엄의 경우 올해 투자 금액을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실제 셰일 개발 현장의 시추 시설 수도 지난 2일 기준 1482기로 집계되며 4주 연속 줄어드는 추세로 나타났다. 시추 시설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10월 10일 기준 대비 약 7.8% 감소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세계 원유 공급 과잉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자금이 뒷받침 되는 대형 셰일 개발 업체들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개발을 확대·유지해 경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효율적인 시추법 등도 개발되며 유정 당 생산량은 증가했다. 미국 원유 생산량은 일 900만배럴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기름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40달러대에 돌입한 유가 하락세는 적어도 당분간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