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린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석상일 박사(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 겸직)팀은 태양전지 플랫폼 구조와 균일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한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태양광을 흡수하는 파장 대역을 늘려 결정구조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연구는 석상일 박사가 주도하고 전남중, 노준홍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태양전지는 태양에너지를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변환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현재 약 90% 이상 사용되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효율이 높다. 하지만 태양전지 제조에 복잡한 공정과 다량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가격이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효율을 더욱 높이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반면 유기 태양전지는 가공이 쉽고 재료가 다양하며 가격도 저렴해 경제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환 효율이 낮고 오래 사용할 경우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효율을 높이고, 안정성을 향상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연료감응형 태양전지도 장단점이 뚜렷하다.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모방한 태양전지로 전자 전도성 지지체 위에 태양광을 흡수하는 염료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효율이 비교적 높고 저가로 제조 가능하지만, 액체전해질 사용으로 장기적으로 사용하는데 안정성 문제가 있는 것이 한계다.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값싼 무기물과 유기물을 결합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를 가지면서도 화학적으로 쉽게 합성되는 소재를 이용해 제조한 태양전지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부도체·반도체·부도체의 성질은 물론 초전도 현상까지 보이는 특별한 구조의 물질이다.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돼 다른 태양전지 소재에 비해 연구 역사가 짧지만, 기존 유기 및 염료 감응태양전지 효율을 이미 넘어섰다.
연구팀은 내구성이 우수한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구조적 장점, 인쇄와 같은 저가공정이 가능한 유기태양전지의 장점, 무기물과 유기물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소재의 장점 등 각각이 보유한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는 기술적 융합을 추구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무기물과 유기물이 혼합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갖는 물질을 이용한 태양전지에 저가 화학소재를 저온 코팅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제조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효율 18.4%의 태양전지를 제조할 수 있다. 특히 논문에서 발표한 고효율화 기술을 바탕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20.1% 효율을 달성하고,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가 공인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 차트에서 가장 높은 기록으로 공식 등재됐다.
연구팀은 현재 상용화된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나 박막형 태양전지의 광전 변환 효율에 상당히 근접한 결과로, 차세대 태양전지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로 확보한 페로브스카이트 조성 설계를 통한 물질의 광전기적 특성 제어 및 소자 특성 제어 방법은 관련 분야 학문 발전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석상일 박사는 “기존 태양전지 효율성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저가의 공정기술을 개발한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대면적 연속공정 기술과 높은 안정성을 보유한 원천기술을 추가로 개발하면 실용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7일자(현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