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가 고질적 병폐인 ‘세계 최초’ 논쟁이 다시 벌어졌다. LTE보다 3배 빠른 ‘3밴드 LTE-A’ 서비스 상용화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됐다. SK텔레콤 상용화 광고가 시발점이다.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공을 내건 광고를 내놓자 KT 측은 편법 마케팅이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광고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두 회사는 앞서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 상용화 논쟁을 벌였다. 법적 공방으로 2라운드에 접어든 셈이다. 단순 상용화 여부 판단에서 벗어나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여기에 LG유플러스까지 ‘LG전자 단말기로는 최초’라며 싸움에 끼어들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반복하는 통신가 ‘최초’ 논쟁이다. 첫 상용화가 초반 가입자 유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본 통신사업자들은 매번 신경전을 벌인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통신 3사는 3밴드 LTE-A 서비스를 전개한 지난해부터 전국 커버리지, 속도 안정성 등을 알리는 데 열을 올린다. 이 정도에 그치지 않고 경쟁사 흠집내기도 서슴지 않는다. 법정싸움까지 진화했으니 입맛은 더 씁쓸하다.
통신사업자들은 소비자가 아직도 ‘최초 상용화’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특정 업체 휴대폰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측이나 체험단 운영으로는 상용화가 아니라는 측이나 소비자 눈에 죄다 소모적인 공방으로 비쳐진다. 그 밥에 그 나물일 뿐이다.
제발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단순 속도 경쟁만으로 고객을 유치할 때는 지났다. 소비자는 빠른 서비스보다 이를 통해 ‘어떤’ 서비스를 더 이용할 수 있는지를 더 궁금하게 여긴다.
통신사업자들은 빨라진 새 서비스가 과연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삶과 ICT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ICT산업을 이끄는 통신사들이 짊어져야 할 책무다. 이를 게을리하면서 상호 비방만 일삼는다. 상처를 업계 전체로 더 키우는 꼴이다. 적어도 감정싸움만큼은 자제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