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리너]"강한 소재부품 산업이 일본 전자의 힘"

“일본 기업들은 더 이상 독자적인 생태계 구성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협력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자생력을 갖도록 도와 세계적인 일본 소재부품 산업을 만들었다.”

다카하시 다다오 KOTRA 도쿄무역관 전기전자 고문이 소개한 일본 전자산업의 힘이다. 다카하시 고문은 30여년간 히타치 개발, 경영 부서에서 경력을 쌓은 일본 전자산업 전문가다. 지난해부터 코트라 도쿄 무역관에서 활동하며 현직 경험을 일본 진출 한국 전기전자 기업에 조언하고 있다.

[포리너]"강한 소재부품 산업이 일본 전자의 힘"

그는 일본 전자업계의 강한 기초체력인 부품·소재 산업의 자생력 확보 예로 히타치에서의 경험을 들었다. “히타치는 1960~1970년대 고도 성장기 각 그룹 내 자회사와 협력사로부터 독점적 부품·소재 공급체계를 갖췄다”며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다른 기업에도 거래를 개방해 내실을 다지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히타치에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금속, 화공, 전선 등 분야 940여개 범 히타치 기업들은 각자 최소 5000억엔 이상 매출을 가진 기업으로 거듭났다. 모회사도 자사 의존도 심화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점을 인식, 협력사들에 경영지도와 품질관리 등 자생력 확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부도 중소기업 진흥법으로 이들을 도왔다.

자동차 등 새 분야 개척에 나서는 일본 전자업계의 행보가 한국 부품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다카하시 고문은 “과거 까다로운 일본 자동차 업계의 기준을 통과하는 한국 기업이 10%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며 “품질 뿐만 아니라 납기 등 신뢰도가 높아져 한국 기업을 찾는 일본 대기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고문은 일본 전자업계의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한 잇따른 해외 진출이 내수와 해외를 모두 잡는 최상의 카드라고 분석했다. “과거 삼성전자, LG전자의 해외 진출 성공은 내수 중심의 일본 업계에게 큰 충격이었다”며 “일본산 부품 등 원재료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제조 단가도 크게 내려가 전자·자동차 업계 모두 최고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 인도네시아, 태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일본으로 들여와 내수 시장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에도 진출해 가격은 물론이고 현지화도 잡는 것이 옳은 전략이라는 의미다.

도쿄(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