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누진요금 상승구간 가구 수 늘고 있어

전기요금 누진제 인상폭이 높아지는 300㎾h 구간 전력 사용가구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기기 제품 수가 늘면서 과거에는 과소비로 여겨지던 전력사용 구간이 일반적인 소비 패턴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12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가정용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들 중 절반이 이른바 300㎾h 구간으로 불리는 201~400㎾h 사이에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지난 2005년 당시에는 1만1866가구가 101~200㎾h와 201~300㎾h 구간에 있었지만, 지금은 201~300㎾h와 301~400㎾h 요금 사용 가구가 1만2000가구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 가정용 요금 대상은 2만2000여가구다.

300㎾h 구간은 일반 소비와 과소비를 구분하는 기점이다. 100㎾h와 200㎾h는 구간별로 ㎾h당 60원가량 요금이 상승하지만 300㎾h 구간을 넘어가면 ㎾h당 100원의 요금이 올라간다. 400㎾h 구간은 200원, 500㎾h 구간은 300원씩 인상폭이 늘어난다.

300㎾h 구간에 1만2000여가구가 모여 있다는 점은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300㎾h를 초과해 100원의 누진제를 경험했거나 위험군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구간 가구가 증가한 데에는 개인과 가정에서 평소 사용하는 전기기기의 수가 많아진 이유가 크다. 과거와 달리 두 대 이상의 TV, 에어컨, 김치냉장고를 사용하는 소비 패턴이 평준화되고 있고, 각종 스마트기기와 셋톱박스, 전열기기 등 새로운 전기기기 사용도 늘었다. 전체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 수가 많아지다 보니 생활 패턴은 크게 바뀌지 않았어도 과거 과소비로 분류하던 전력 소비량이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전기요금 누진제에 현 소비 패턴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 가정 기준 가구당 한 달 평균 전력사용을 다시 검토하고, 누진 구간도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현상도 함께 발생하고 있어 누진제 개편 작업은 쉽지 않아 보인다. 300㎾h 구간 사용 가구가 증가한 것처럼 100㎾h 이하 사용 가구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한 가구의 평균 전력 사용량이 늘긴했지만, 그와 반대로 에너지 빈부 격차도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전기요금 누진제 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도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과 비교할 때 한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제품이 늘면서 300㎾h 이상 사용을 과소비로 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지금의 가구 사용패턴에 맞게 누진제도 새로 바뀔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 연도별 평균 가정용 전력 사용현황(단위:가구) / 자료:한국전력공사>


주요 연도별 평균 가정용 전력 사용현황(단위:가구) / 자료:한국전력공사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