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년 독일에서 태어난 미학자이자 철학자인 발터 벤야민은 당시 빠르게 진행되던 산업기술의 발달에 관한 연구를 벌여 1935년에 저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내놓았다. 여기서 그는 예술작품의 복제·유통기술이 급속 발달해 안방에서도 손쉽게 복제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예술작품의 아우라(Aura), 즉 유일무이성·일회성이 사라지고 예술의 근본 개념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아우라는 ‘숨’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심오한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마치 살아있는 것같이 숨결이 느껴진다는 표현이다. 그가 지적한 예술작품에서 아우라는 단순히 2차원이나 3차원의 공간적 개념만이 아니라 시간적 개념까지 포괄한다. 즉 예술작품은 만들어지는 매 순간의 주변 분위기, 작가의 느낌, 생각, 밝고 어두움 그리고 스치는 바람까지 모든 환경적 요소를 포함하는 공간과 시간이 얽혀져 만들어지는 창조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기술로 예술작품을 복제하는 기술에 의해 아우라가 사라진 것일까.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복제는 사진을 찍거나 복사를 하는 수준에서 가능하다. 시간적 개념까지 복제하는 기술은 아직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미래인터넷 기술이 그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각종 센서들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매 순간 작가의 생각, 심리상태, 환경데이터들이 빅데이터로 수집되고 클라우드에 저장돼 완성된 공간적 작품에 시간적인 아우라 정보까지 결합시킬 수 있다면 아우라까지도 복제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3D 프린터도 현실과 상상, 추억 복제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혁신적 기술임이 분명하다.
사물을 입체로 촬영해 3D 프린터로 찍어내면 이제는 평면사진에서 입체사진 형태로 보관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촬영한 입체 사진도 디지털화해 보관할 수 있고 여기에 더해 촬영 순간의 아우라까지도 저장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정말로 환상적인 일이다. 이 기술이 보편화되기까지 시설을 갖추기가 부담스러우니 과거 사진관 같은 서비스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대신 이 사진관을 나올 때 손에는 종이 인화지 대신 홀로그램 형태로 데이터가 저장된 메모리를 들고 나올 것이다.
이런 사회가 왔을 때 상상할 수 있는 서비스 예를 하나 들어보자. IT 발전과 함께 다양한 멀티미디어 형태의 서적들이 출간되면서 e북 형태로 발전했다. 사진과 동영상 등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서적에 의한 교육은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교육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는 센서에서 얻어지는 보다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저장함으로써 더 생생하게 숨 쉬는 자료, 아우라가 포함된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새로 부각되는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와 있다. 이런 변화는 효율성을 높이고 보다 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면서 순간적인 것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이제부터 전개될 신비한 시대의 도래가 기다려지면서 한편으로는 이에 따르는 부작용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든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 왔듯 기술의 발전에 의한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는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강선무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경기도 정부3.0 자문관) etxkang@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