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몰아치고 있는 핀테크(Fintech) 열풍이 웨어러블(Wearable)로 번지고 있다. 최종 목표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뱅킹시스템 결제 연동이다. 중간단계에 스마트워치 기반 웨어러블 뱅킹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안문제 등 해결과제가 남아있지만 여러 부가서비스를 스마트워치에 연동했을 때 파급력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목표로 국내 시중은행들이 스마트워치 기반 뱅킹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온도차는 있지만 스마트워치를 연동해 투채널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뱅크월렛카카오를 넘는 ‘소액 송금’과 ‘계좌이체’, 월렛(전자지갑) 기반의 간편결제 연동 등 새로운 금융플랫폼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워치뱅킹을 선보인 농협은행과 핀테크 기업 비티웍스는 이르면 올 하반기 뱅크월렛카카오 형태의 송금 서비스에 나선다. 이미 관련 플랫폼 개발을 완료했고 최종 검토를 거쳐 금융감독원에 보안성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스마트워치 기반 뱅킹 서비스는 핀(PIN) 기반 계좌조회와 거래 내역 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앱 인증과 연동해 ‘인증번호 확인 서비스’도 할 수 있어 향후 보안성을 대폭 강화한 투채널 인증 수단으로도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권오준 비티웍스 사장은 “아직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국한됐지만 타이젠 운용체계(OS) 연동 작업을 거의 완료했다”며 “추가로 애플워치 연동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비티웍스는 시중은행과 협력해 향후 이체 서비스와 지불결제(간편결제) 서비스에 스마트워치를 접목해 ‘웨어러블 뱅킹’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과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송금 서비스가 가능한 플랫폼도 최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환경(UI) 최적화 작업도 마무리했다. 스마트워치 기기 특성상 작은 화면으로 숫자 입력 오입률이 높은 것을 해결하기 위해 원형 다이얼 형태의 핀입력 방식을 도입했다. 전화번호를 누르는 것처럼 숫자가 원형으로 배치되고 다이얼이 회전하기 때문에 ‘숄더 서핑 어택(번호 엿보기)’ 방지가 가능하다.
농협 관계자는 “푸시 서비스는 물론이고 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 여러 서비스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보급률이 높아진다면 뱅킹 트랜잭션 서비스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비씨카드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솔루션 ‘ZEP 서비스’에 스마트워치를 연동했다. 가맹점 POS 기기에 뜨는 모든 결제정보를 스마트워치로 조회가 가능하다. 비씨카드는 물품 구매결제 시 고객이 결제방법을 ‘ZEP결제’라고 이야기하면 고객 구매정보(품목, 수량, 결제금액 등)를 스마트워치에 표시해 주고 고객이 스마트워치 표면을 터치하면 결제를 완료하는 ‘결제 인증’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장석호 비씨카드 지불결제연구소장은 “보안 문제가 해결된다면 웨어러블과 금융 서비스는 교통카드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스마트워치 기반의 뱅킹서비스 검토에 착수했다. 플랫폼 개발사와 물밑 협의를 시작했고 뱅킹 서비스보다는 투채널 인증이나 다른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은 원뱅킹과 스마트워치를 연동해 기본 조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은행들도 웨어러블기기를 이용한 핀테크 사업 참여를 예고했다. 시중은행이 서비스를 시작하면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바로 웨어러블 뱅킹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추겠다는 각오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부산은행이다. 부산은행은 IT자회사인 BS정보시스템과 기술보증기금, 예탁원 등 공기관 8곳과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고 웨어러블기기와 금융을 융합한 스마트금융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 전북, 경남, 대구은행도 웨어러블 뱅킹에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여러 서비스 연동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