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러 부처가 의료기록, 활동정보 등을 한데 모아 통합·관리하는 ‘건강관리플랫폼’ 개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의료와 정보기술(IT)을 융합한 헬스케어 산업이 미래성장 동력으로 주목되자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관련 기술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하지만 건강 관련 정보를 통합하고 스마트폰 기반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등 사업 유사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건강관리플랫폼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다. ETRI가 맡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힐링 플랫폼’과 미래부가 지난달 발표한 ‘모바일 헬스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 산업부가 이달 추진 계획을 밝힌 ‘개인 건강정보 통합·분석을 위한 플랫폼’이 그것이다. ETRI는 현재 개발에 착수한 상태며, 미래부와 산업부 과제는 세부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TRI에 따르면 ICT 힐링 플랫폼은 산재된 건강정보를 개인 중심으로 저장 관리하도록 하는 틀이다. 병력이나 복용약·혈압·맥박 등의 정보를 스마트폰이나 기타 저장소에 보관하도록 해 필요시 해당 내용을 의사 또는 서비스 업체에 제공,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미래부의 ‘모바일 헬스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서 발생한 사용자의 활동정보(라이프로그)를 수집·분석해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으며, 산업부는 활동정보와 의료정보를 모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개발을 지향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등장과 스마트폰에 센서가 장착되는 등 IT 발달로 생활정보와 더불어 의료정보까지 다양한 건강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기술기반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각 프로젝트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데 있다. 세 가지 프로젝트 모두 산재된 건강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상에 모아 건강관리를 돕는 게 목적이다. ETRI의 ICT 힐링 플랫폼과 미래부의 모바일 건강관리 플랫폼 역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건강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 ETRI는 개인의 병력이나 복용약 등 의료정보를 통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산업부가 추진 중인 사업과도 맥을 같이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활동량이나 수면 정보뿐만 아니라 병원 기록을 모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개념”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추진 사업의 중복성을 지적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각 사업이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각 주체들은 “중복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도출한 과제들”이라는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비슷해 보이지만 부처 간 논의를 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조만간 마련할 설명회에서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부 관계자도 “ICT 힐링 플랫폼과 모바일 헬스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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