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재점화한 ‘표현의 자유’ 논란... "페이스북, 말로만 `표현의 자유`?"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가 인터넷 감시를 강화하기로 결정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페이스북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 이용자의 답글을 지운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연합(EU) 소속 11개국과 미국, 캐나다가 인터넷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결정했다. 주요 인터넷 업체들이 극단적 인종차별에 관한 글을 필요시 삭제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표현의 자유’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요 업체 중 특히 페이스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14일 기가옴은 전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표현의 자유’를 무엇보다 강조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파리 반테러 시위 당일 “페이스북은 각국의 법에 따르지만 절대 하나의 국가나 조직이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막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이용자가 이 포스트에 인종차별 등 공격적 이데올로기에 쓰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질문을 달았고 페이스북 측이 이를 삭제하면서 문제가 됐다. 페이스북 측은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지만 페이스북이 각국 정부와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무단으로 글을 삭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상반기 페이스북 측에 이슬람을 모독하는 1800여건의 게시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지운 바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러시아 푸틴 정부의 압박 이후 트위터·유튜브 등 다른 인터넷업체들과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반대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삭제했다. 이후 페이스북에 삭제된 콘텐츠와 유사한 내용의 페이지들이 생겨나는 등 반발의 움직임이 일었다.

‘브라운 모지스’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엘리엇 히긴스는 페이스북이 시리아가 무고한 시민들을 화학무기 등으로 공격한다며 이를 비판한 글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 히긴스는 당시 “페이스북이 시리아 정부의 악행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파괴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기가옴은 “마크 주커버그가 ‘표현의 자유’를 매우 중시한다는 점은 의심할 바 없다”면서도 “하지만 터키·파키스탄·러시아 등 이를 침해하는 정부들에 대한 페이스북의 태도는 이와 반대인 듯 하다”고 지적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