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국제시장

[프리즘]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며 관객 1000만명을 넘었다. 연출을 맡은 윤제균 감독으로선 ‘해운대’ 이후 5년 만의 연출작 국제시장까지 1000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0만 영화를 연달아 두 편 내놓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1000만 관객의 행렬에는 아버지 시대에 대한 향수와 분단으로 인한 상처가 함께 녹아 있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주인공 덕수(황정민)가 6·25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몸소 겪는 모습에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극장으로 끌어들이면서 관객몰이를 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영화의 흥행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실제 무대가 국제시장이란 점도 한몫 했다. 국제시장이 현대사에서 여러 질곡과 함께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부산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중 피난민을 중심으로 미군부대나 일본에서 들여온 물건을 중심으로 거래되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1960년대부터는 한국 물류유통의 중심지로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현대식 쇼핑센터의 등장과 수도권 중심 개발로 서서히 그 지위를 잃어갔다.

영화의 소재 국제시장이 피난민과 재외동포, 지역민이 한 데 어울렸기에 추억과 젊은 시절을 향수하게 했고 중장년층을 끌어들인 것이다.

국제시장이 부산·경남 지역의 중심 장소인 점은 또 다른 흥행 코드다. 900만 부산·경남 지역민에게 추억의 장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윤 감독이 영화 배경으로 선택해 흥행한 곳이 모두 영화의 고장 부산이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도 그렇고 뒤이은 작품 국제시장 역시 부산이다. 부산·경남인구 900만명의 지역 코드를 고려했음이 엿보인다. 여기에 향수 코드까지 겸비한 국제시장은 1000만 관객 달성을 개봉당시부터 예견한 셈이다.

영화를 비롯한 게임, 드라마, 등 콘텐츠 산업은 흥행산업이다. 문화코드를 제대로 읽어야 흥행할 수 있다. 디즈니가 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 한국인 캐릭터를 넣은 것도 같은 배경이다. 해외 시장을 향한 콘텐츠 산업의 방향도 국제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지역과 시대에 맞는 문화 코드를 이해하고 이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