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개척이 한창이던 1800년대, 한 철도회사 사장이 공사 현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건설노동자 한 명이 사장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나를 기억하겠나? 20년 전에 주급 5달러를 벌기 위해 나와 함께 철도 현장에서 일하지 않았나?” 사장은 이내 그를 알아보곤 반가운 표정으로 답했다. “정말 반갑네. 그런데 나는 단지 5달러를 위해 일하진 않았다네. 나는 철도를 위해 일했고 이미 그 때 철도회사의 경영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
그레이트노던(GN) 철도의 최고경영자이자 미국의 ‘철도왕’으로 평가받는 제임스 힐(James Jerome Hill)의 일화다. 건설 현장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같은 일을 했지만 일을 하는 목표와 의미, 다시 말해 가치관이 달랐다.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지만 시작점에서의 차이는 의외로 크지 않았다.
가치관의 우열을 좋고 나쁜 것으로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가치관이 확고한지 아닌지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가치관이 있다는 것은 ‘영혼’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확고한 가치관은 ‘성공’의 요건이 된다. 평범함과 위대함을 결정한 것은 결국 ‘확고한 가치관’이었던 셈이다.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핵심 역시 가치관에 있다. ‘영혼’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것이 바로 기업이며 그 본질은 ‘사람’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나는 왜 사는가? 훗날 무엇이 될 것인가? 이를 위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가치관을 형성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 미래에 어떤 회사가 되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해야 할까?”라고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며 그 해답이 곧 회사의 가치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목표는 ○○○!”라며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한낱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대부분이 경영자가 비전을 제시하면 관리자들은 이를 세분화된 계획으로 수립하고 직원들은 그 계획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영이 이뤄진다. 하지만 회사의 목표와 방향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이 맡은 일만 계획대로 기계적으로 진행하다 보면 동기부여는커녕 불만만 늘어날 뿐이다.
위대한 기업으로 평가 받는 회사들을 들여다보면, 구성원들이 일관되게 지향하는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조직의 존재 이유인 사명(Mission)을 명확히 하고,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비전(Vision)을 제시해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핵심가치(Core Value)를 추구한다.
기업의 가치관이란 임직원 모두가 공감하고 지향하는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로 구성되는 것이다. 한 기업의 CEO로서, 직원이 추구하는 가치와 회사의 가치가 합치되는 회사야말로 이상적인 기업이라는 철학을 갖고 ‘영혼이 있는 기업’ ‘영성(Spirit)이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회사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통일된 가치관을 추구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까진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지 못할 것 같다. 성공이란, 뜻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한 목표로 정하고, 구성원들이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행복을 느낀다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추구할 수 있는 가치관이 위대한 기업의 미래를 담보한다.
구자균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장(LS산전 회장) jakyun.koo@l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