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수법 고도화 `밴 리베이트` 왜 근절안되나

금융당국이 여전법까지 개정해 신용카드 밴(VAN)사업자의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 실태는 과거 그대로다. 오히려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하자 그 틈을 타 리베이트를 영업료나 마케팅 지원비 등으로 둔갑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밴사는 대형가맹점을 유치하기 위해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일부를 대형 가맹점에 리베이트로 제공해 왔다. 리베이트 규모만 많게는 연간 8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천공항공사의 리베이트 갈등 문제도 부처간 소통 부재와 대형가맹점-밴사간 유착을 끊을 수 있는 법 부재가 빌미가 되고 있다. 여전법이 개정됐지만 발효가 되지 않았고 그 전에 리베이트를 어떤 방식으로든 받고 보자는 대형 가맹점의 수법 고도화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리베이트를 제공해서라도 수익을 올려야 하는 밴사들은 원죄가 있어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자체 공정 규약까지 만들어 리베이트 제공 금지를 선언했지만 과열 경쟁 양상으로 이마저도 지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인천공항공사의 영업료 명목 리베이트 갈등 문제는 업권별 법률 상충을 예고했다. 과연 리베이트를 어디까지 규정해야 하고 적용해야 하는지 입장차이가 존재한다.

공사 측은 항공법 106조 2항(공항시설에서의 금지행위), 107조 1항(공항시설사용료), 공항시설관리규칙 제8조(시설의 설치), 제13조(구내영업), 공사 고정자산관리 규정 41조~45조(구내영업승인, 구내영업료 부과, 승인취소) 등을 근거로 ‘영업료=리베이트’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사가 가맹점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밴사 주장을 반박했다.

반면 밴 업계는 공사가 가맹점 영업대행 의무를 지지 않으면서 영업료를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밴 리베이트는 가맹점과 밴사간 엮인 기형적인 수익 구조에 기인한다. 밴사와 가맹점은 공급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요자가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통상적인 거래 관계가 아니다. 밴사는 가맹점에 서비스를 제공하나 경제적 대가(밴수수료)는 카드사로부터 받는 독특한 구조로 가맹점은 밴 수수료의 가격 결정 및 지급과 무관하다.

결과적으로 가맹점에 대한 밴사 간의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 밴사가 가맹점을 상대로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주요 경쟁 요인이 리베이트뿐이다.

유착 관행을 끊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지만 밴사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 돼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전법 개정안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밴사는 금융당국 관리 감독 범주에 들어오게 된다.

이제 정부는 각 부처별 협의를 통해 법 상충과 편법 리베이트 근절 대책을 이참에 마련해야 한다.

최근 밴 리베이트는 법 처리가 늦어지는 틈을 악용해 마케팅 지원금으로 둔갑시키는 편법까지 나오고 이다. 카드 단말기 무상지원을 요구하거나 가맹점 홈페이지에 밴사 배너광고를 띄우고 홍보비를 요구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대형 지불결제사업자(PG)와 상호금융조합까지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