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지구 스쳐가는 소행성 ‘2004 BL86’

약 6500만년 전. 멕시코 남동부의 유카탄 반도에 도시 크기의 소행성 하나가 충돌한다. 시속 6만4000㎞에 이르는 빠른 속도로 지구로 날아온 이 소행성은 직경 약 10㎞로 워싱턴DC와 비슷한 크기다.

[과학 핫이슈]지구 스쳐가는 소행성 ‘2004 BL86’

이 충돌은 지구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줬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를 동시에 모두 폭발시키는 것보다 1만배는 더 강력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진과 해일이 발생하고, 지구 내부의 분출물이 나오면서 엄청난 열도 생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행성 충돌 한번으로 당시 지구를 지배했던 수많은 거대 공룡들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구가 또 다시 소행성과 충돌할 가능성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언제든 충돌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26일, 지구 스쳐가는 ‘2004 BL86’

오는 26일에도 소행성이 약 120만㎞의 거리를 두고 지구를 스쳐간다.

지난 2004년에 발견돼 ‘2004 BL86’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소행성은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 약 38만㎞의 3배 정도 거리를 두고 지구를 지나간다. 천문학자들이 소행성의 반사 밝기 등을 분석해 예상한 크기는 약 0.5㎞로 추정된다.

이 소행성과 지구가 다행히 충돌하지는 않지만, 넓은 우주에서 이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나가는 것은 상당히 근접한 것이다. 2004 BL86은 오는 2027년에 지구에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소행성 ‘1999 AN10’ 이전까지 지구에 가장 근접해 지나가는 천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돈 예만스 박사는 “이 소행성이 지구에 위협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비교적 큰 소행성이 가깝게 접근하는 만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 소행성은 앞으로 200년간 이보다 더 가깝게 지구에 접근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로 소행성이 다가오는 흔치 않은 기회인만큼 NASA 과학자들도 관측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마이크로파로 소행성을 관찰한다. 또 캘리포니아 골드스톤에 있는 NASA 심우주 네트워크 안테나와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천문대는 소행성이 지구에 가장 접근했을 때 과학적인 데이터와 레이더 이미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아마추어 천문가들도 작은 망원경이나 쌍안경으로 소행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NASA 골드스톤 연구소 랜스 베너 박사는 “소행성이 지나간 다음날 레이더 데이터를 받을 수 있고, 최초의 정밀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단계에서는 이 소행성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놀랄 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행성 충돌 위험, 언제든 존재

소행성 충돌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다. 최근 영국 일간 텔레크래프는 소행성 충돌을 지구 멸망 시나리오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딥 임팩트’ ‘아마겟돈’처럼 소행성 충돌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SF) 영화들도 많다.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 블라디미르 리프노프 교수는 3년 주기로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발견된 소행성 ‘2014 UR116’의 궤도를 분석한 결과, 태양 주위를 3년 주기로 공전하면서 지구를 지나간다는 것. 이 소행성의 크기는 약 370m 정도로 소행성 중 큰 편은 아니지만 만약 지구와 충돌한다면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 2013년 2월 러시아 첼라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한 운석으로 인한 피해보다 1000~4000배나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운석 크기는 약 17m 정도로 히로시마 원자폭탄보다 40배나 큰 폭발 위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폭발로 12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약 35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NASA는 2014 UR116이 당장 지구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컴퓨터 분석에 따르면 150여년이 지난 후에는 충격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이나 혜성 등을 지구접근천체(NEOs:Near-Earth Objects)라고 부른다. 태양계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은 소행성이 존재한다. 이들의 궤도는 일정하지 않고 소행성끼리의 충돌이나 주변 천체의 중력 등에 영향을 받아 변한다. 때문에 언제 궤도가 변해 지구에 위협을 줄지 알 수 없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 등에서는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NEO를 추적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우주방어’라고도 불리는 NASA의 지구접근천체 프로그램 연구소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소는 지상과 우주 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과 혜성을 추적 관찰하고, 특징을 분류한다. 이를 통해 각 천체들이 지구에 잠재적인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수많은 지구접근천체 중 추적관리가 가능한 물체가 전체의 10% 수준에 그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언젠가 발생할 수 있는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을 막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현재 논의되는 방법 중에는 소행성에 원자력 엔진이나 태양 돛을 달아 궤도를 바꾸는 방안이 있다. 또 소행성 주변에서 강력한 핵폭탄을 폭발시키고, 이 충격파로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방법도 제안됐다. 다만 아직까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기술들인 만큼 후속 연구를 통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