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로 예정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시범사업 발주가 연기됐다. 업계 의견수렴 공청회가 내달에나 열릴 예정이어서 사업발주는 아무리 일러도 내달 중순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2개월이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시범사업 발주가 상당기간 지연되면 부정당업자 제재에 걸려 6개월 간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던 KT의 족쇄가 풀릴 가능성도 있다. 신속한 사업 추진을 주장했던 다른 통신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됐다.
18일 국민안전처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망 설계를 비롯한 정보전략계획(ISP) 사업이 지연되면서 이달 내 업계 공청회 개최가 어렵게 됐다. 내달 초 공청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조달청과 논의해 사전규격서를 공지하는 시점은 2월 10일 안팎이 될 전망이다.
사전규격서는 제안요청서(RFP) 공지에 앞서 독소조항 제거 등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게 목적이다. 재난망은 중요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의견수렴과 조정에 2주 정도가 예상된다. 실질적으로 RFP를 공지(발주)하는 시점은 설 연휴가 끝난 다음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45일 공지기간을 고려하면 입찰마감 시점은 4월 중순 이후다.
이는 모든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됐을 때의 얘기다. 공청회 일정이 늦어지거나 사전규격서 공지 이후 이의 제기가 많을 경우 업체 선정은 더 늦어진다.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으로 인해 4월 8일까지 공공 입찰을 못하는 KT로서는 한시름 덜게 된 반면에 조속한 발주를 요청했던 경쟁관계의 다른 통신사들은 불만이 쌓이게 됐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가 연기되면서 KT가 재난망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며 “KT는 발주가 늦춰지는 데 따른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다른 통신사들은 향후 입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국내 단말 업체와 손잡고 충분한 준비를 해왔다는 점, 시범사업 발주를 늦추면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사업 발주가 늦춰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KT가 시범적으로 기지국 설치 후 전파 테스트를 제안한 것도 사실상 사업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가 국민안전처 관계자들을 불러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라”고 요구하면서 국민안전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국민안전처는 ISP가 마무리되기 전인 1월에 시범사업을 발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ISP 결과물을 토대로 사업을 발주하라고 요구하자 일정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말 1차 결과보고를 하기로 한 상황에서 ISP 사업자가 제대로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해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며 “전체 사업이 영향을 받게 됐지만 주사업자에 대한 페널티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통신사를 배려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 차원의 공식 이의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가능하면 2월에 공청회를 진행하고 사업을 발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업계도 공정한 경쟁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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