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암세포만 공격해 부작용 줄인 항암치료법 개발

보건복지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 암 발생률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인구 10만명당 암 발생률은 319.5명으로 전년 321.3명에 비해 3.6명 감소했다.

특정 표현형 유도 후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항암제를 사용하는 암 치료 시스템 개념도.
특정 표현형 유도 후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항암제를 사용하는 암 치료 시스템 개념도.

언뜻 보면 암 발생률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 수명 등을 감안해 조정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수명인 81세까지 생존하면 열 명 중 네 명 정도가 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암환자 5년 상대생존율은 68.1%로 2001년에서 2005년까지 생존율 53.8% 대비 14.3%p 향상됐다.

이처럼 암은 강력한 질병이고 국내외에서 발생률도 높다. 많은 연구자가 암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극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유전체학과 단백질체학은 암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밝혀내고 있다. 이를 이용해 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암세포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면서 스스로 진화하는 것을 밝혔다. 진화한 암세포는 기존 약물이나 치료법에 내성을 갖게 되고 더욱 독성이 높은 치료를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암세포는 미세한 환경 차이에 따라 특정 표현형의 복잡·다양성을 유발하고 치료 저항성을 초래한다. 암 재발로까지 이어져 임상 치료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의공학연구소의 권익찬 소장팀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의 김상윤 교수팀은 공동 연구로 독성이 큰 항암제와 단백질을 합성해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치료제는 소량의 방사선 치료만으로 암조직에서만 활성화되고 지속적으로 약물효과를 발휘해 부작용이 컸던 암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암세포를 인위적으로 특정 표현형으로 유도하고 개발한 약물이 유도된 특정 표현형에 선택적으로 표적화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효과는 크지만 독성이 큰 기존 치료제 한계를 극복하고자 치료제 구조를 변형한 펩타이드에 기반을 둔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했다. 약물전달시스템이란 표적 부위에 약물이 선택적으로 결합해 약효를 극대화하고 약물의 생체 내 거동을 제어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은 일반적인 화학약물 외에 펩타이드 및 단백질에도 적용할 수 있다. 펩타이드 기반 약물은 생체 내 특이성이 높기 때문에 독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생체 내 축적되는 양이 적고 약물 간 상호작용 가능성도 낮다.

펩타이드 기반 약물은 생체 내 특정 효소에 의해 분해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질병부위에서 발현되는 효소에 의해 약물의 활성화가 가능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약물도 단백질과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로 구성돼 외부 자극이 없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다. 그러다 세포가 특정 표현형으로 유도돼 사멸되면서 분비하는 효소 ‘caspase-3’과 만나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이 분리된다. 분리된 약물은 암세포를 집중적으로 괴사시켜 항암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약물을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효소분비를 위해서는 부작용이 적은 약한 강도의 방사선을 이용했다. 기존 암 치료에 사용하는 방사선의 6분의 1만으로 세포가 사멸되며 효소분비를 유도했고 이 효소를 이용해 약물이 활성화됐다. 약물이 활성화돼 암세포를 사멸시키고 여기서 다시 효소가 분비돼 더 이상 방사선 치료 없이도 약물 효과가 계속 나타나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팀은 “특정 표현형 유도 후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항암제를 사용하는 암 치료 시스템은 암 복잡·다양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항암제 효과가 암세포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가 가지고 있던 부작용을 현저히 낮춘 항암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