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서 ‘나도 게임인입니다’는 공익 캠페인이 진행된다는 내용을 접했다. 게임이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행복한 삶을 주는 새로운 문화생활로 자리잡은 만큼, 게임의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디지털 게임에 관한 부모 교육을 10여년째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이 캠페인을 부모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게임하는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은 게임을 어렵게 생각하고 자녀교육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부모는 컴퓨터 앞에서 웃고 화내는 아이를 보면서 무력감과 불안감을 느낀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게임 캐시를 충전시켜달라거나 게임 아이템을 사달라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스럽다고까지 말한다.
사실 게임 캐시는 용돈이나 선물과 마찬가지다. 용돈의 범위 내에서 상을 받을 만한 일을 했다면 주면 된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모는 자녀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보다는 ‘나는 그게 싫어. 그러니까 하지 마’라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태도는 자녀에게 ‘우리 부모는 내가 뭘 하는지 전혀 모른다. 따라서 게임만 하면 언제든 부모의 통제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전달된다. 그 결과 아이들은 게임을 하는 것과 부모와 대립하는 것을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사실 게임을 한다고 하면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공부를 못하고, 무언가 문제 있는 아이들로 보는 일이 많다. 하지만 게임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친구가 많다. 학업 성적도 게임 하기 전과 비교해서 특별히 더 나쁘지 않다. 게임을 해야 친구들과 놀 수 있다.
아이들에게 컴퓨터게임은 또래문화인 것이다. 안방이나 마루에 놓인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며 놀이일 뿐이다. 하지만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즐기는 이 놀이는 우리 세대가 해본 적이 없는, 그래서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속이다. 그래서 불편함을 느낀다.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그 게임을 잘 해야 할까? 농구나 야구경기를 즐기기 위해서 농구나 야구를 잘해야 할 필요가 없듯,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 세계에 대해서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최선은 자녀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아이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 누구랑 같이 하는지, 그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를 아는 것은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생소한 용어들은 아이에게 물어보거나 그 게임을 다룬 홈페이지들을 찾아서 알아보면 된다. 인기 있는 게임에는 반드시 그 게임을 해설해주는 홈페이지가 있기 마련이다. 핵심은, 게임 하는 자녀와 대화하기 위해 굳이 게임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미래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게임을 허용해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부모님께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는 ‘우리 아이에게 게임을 몇 시간이나 허용해야 하는지’다. 사실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시간 기준은 없다.
학교 숙제를 다 마쳤고, 밥 먹으라고 할 때 제시간에 와서 먹고, 자신에게 부여된 집안일을 다 하고, 다음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충분히 잠을 자는 조건만 지킨다면 얼마든지 게임을 해도 상관이 없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게임을 몇 시간 동안 하는지 감시하고 통제하는 게 아니다.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녀와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를 쌓아간다면 게임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방해요소가 아닌 소중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jjanga@ny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