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손수 제작한 모형이 온라인 게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상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일명 ‘토이 게임(Toy Game)’이다. 한국에선 아직 익숙하지 않은 단어지만, 최근 유럽과 미국 등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토이 게임은 실물 장난감을 근거리무선통신(NFC), 증강현실 등의 정보기술(IT)과 접목해 게임 속에 반영한 이종 접합 콘텐츠 산업이다. 실제 장난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어 게임업계와 완구업계 모두에 수익원이 되고 있다.
◇미·유럽 콘텐츠 업계의 신성장동력, 토이 게임
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과 게임 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금까지는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원작으로 게임이 만들어지거나, 반대로 게임 주인공을 대상으로 한 만화 등 콘텐츠 및 완구 시장이 형성되는 데 그쳤다. 유명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기동전사 건담’을 원작으로 한 게임들이나 포켓몬스터 게임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상품이 대표적이다.
토이 게임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게임을 더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다. 게임 자체에 장난감을 집어넣어 활용하도록 했다. 세계 최대 게임 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지난 2011년 출시한 스카이랜더스(Skylanders)가 대표적이다.
스카이랜더스의 여러 주인공은 실제 장난감 피규어로 판매된다. 피규어를 일명 ‘힘의 포털’로 불리는 별도 장난감 위에 올려놓으면 해당 캐릭터의 정보가 게임 속으로 전송된다. ‘힘의 포털’에는 NFC 리더가 내장돼 게임 콘솔과 연결되고, 각각의 피규어 속에는 전자태그(RFID)가 삽입돼 있다.
스카이랜더스는 지난해 2월까지 게임 판매 수익 20억달러와 피규어 판매량은 1억7500만개라는 호실적을 거뒀다. 비디오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중 20위 안에 들었다. 이에 장난감에 생명을 부여했다는 의미에서 회사측이 ‘토이즈 투 라이프(Toys to Life)’라는 이름의 콘셉트를 내걸기도 했다.
스카이랜더스가 크게 성공하자 디즈니가 자사의 캐릭터 인형과 게임을 연동시킨 ‘디즈니인피니티’를, 레고사가 블록 완구와 게임을 결합한 모바일용 게임 ‘레고퓨전’을 개발해 각각 내놓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어 일본 콘솔 게임 업체 닌텐도도 토이 게임 플랫폼 ‘아미보’를 공개했다.
◇수요도 높고, 수익원도 확보하고… 콘텐츠 업계 ‘웃음꽃’
시장조사업체 인터프릿은 토이 게임의 주 고객 연령층인 6~12세 사이의 어린이가 전 세계에서 7200만여명에 달해 이 산업의 잠재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브라질·러시아 등 신흥 국가에서는 게임 유저의 90% 이상이 이 연령층대에 속한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토이 게임은 수집 욕구와 함께 직접 사서 만든 캐릭터를 게임 속에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활용해 게임 유저의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
그동안 규제 심화로 인한 수요 감소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게임 콘텐츠 업계에는 희소식이다. 기존 게임들이 폭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반면 토이 게임은 부모가 일종의 장난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유해성에 대한 우려도 적다.
수익원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게임업계는 소프트웨어(SW) 패키지 판매, 프로그램 다운로드, 게임 내 아이템 결제 등으로 수익을 얻어왔다. 업계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분 유료화에서부터 전면 유료화까지 다양한 수익 모델이 개발됐다. 기존 수익원에 캐릭터 상품 판매 사업이 더해지는 셈이다.
실제 레고사는 레고퓨전 게임은 무료로 공개하되 장난감만 구매하게 해 수익을 창출했다. 한 게임 키트 당 200개 이상의 레고 블록으로 구성됐고 키트 당 가격은 34.99달러에 판매했다.
뿐만 아니다. 다른 IT 산업이나 기술과 연계한 시장 확대도 가능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IT업계의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는 가정용 로봇과 연계해 이를 이용하는 토이 게임으로도 산업이 확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