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핵심 소재인 쿼츠 개발은 전무한채 해외 공급업체에 휘둘리는 데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디에스테크노보다 더 큰 회사도 있지만 누구라도 먼저 국산화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학준 디에스테크노 대표는 반도체용 쿼츠 잉곳 국산화 추진 배경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쿼츠업계 종사자로서 원소재 자급의 필요성을 통감했다는 말이다. 1990년 설립된 디에스테크노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부품인 쿼츠웨어 등을 생산하는 부품 전문업체다.
안 대표가 본격적으로 쿼츠 잉곳 국산화에 뛰어든 계기는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 해외 쿼츠 소재업체들이 공급량을 줄이면서 부터다. 2010년 들어 경기가 일부 살아나면서 고객사의 쿼츠웨어 주문량은 늘었지만 소재 공급선을 쥔 해외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서도 납기는 1년씩 늦어져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 대표는 “쿼츠웨어는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줘야 하는 데 쿼츠 잉곳 수급 난항으로 제품 공급이 늦어지면서 당시 일부 반도체 팹에선 닦아서 재사용할 정도였다”며 “반도체 품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이 같은 상황이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에 쿼츠 잉곳 국산화를 다짐했다”고 말했다.
수익성은 물론이고 성공 가능성도 불분명 했지만 일본 등 해외를 직접 오가며 사업성을 검토하고 석·박사급 개발인력을 영입했다. 양산을 위한 장비 하나를 디자인하고 세팅하는 데만도 수억원씩 들었다.
안 대표는 “관련 수익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매년 수십억원씩 투자하는 데는 큰 인내가 필요했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핵심 소재를 키우기 위한 정부 과제 등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개발 성공까지는 4년이 걸렸다. 벌써 일부 해외 쿼츠 가공업체들로부터 공급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쿼츠웨어를 생산하며 쌓은 노하우와 경험이 우수한 품질의 쿼츠 잉곳 개발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소재 내재화로 기존 쿼츠웨어 사업의 경쟁력도 향상됐다.
점차 양산 역량을 늘려 2000억원 규모의 국내 쿼츠 잉곳 수입 대체는 물론이고 해외에 역수출해 국내 무역수지 개선에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안 대표는 “국가적 차원에서 소재 자급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수요기업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번 쿼츠 잉곳 국산화를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