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소공동 편의점 세븐일레븐.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 판매대 제일 위쪽에 알뜰폰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편의점에서 가장 잘 보이는 이른바 ‘명당자리’로 불리는 곳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 알뜰폰 유통 사업을 강화한 이후 매장 내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인규 세븐일레븐 소공점 지점장은 “명당자리에 배치한 후 20·30대 회사원을 중심으로 문의가 많아졌다”면서 “반값 요금제에 질문이 많아 사전에 공부한 후 답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이 알뜰폰의 새로운 유통 채널로 부상하면서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KT 자회사 KTIS는 지난해 11월 세븐일레븐 전국 7200여개 매장에 입점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편의점에서 통신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힘들다’는 편견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진 것이었다. 지난해 1년간 편의점 유통사업을 진행한 경쟁사가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던 시점이어서 더욱 주변을 놀라게 했다.
KTIS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데다 반값 유심요금제에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KTIS는 일반 제품과 차별화된 진열과 과감한 홍보전략 없이는 성공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세븐일레븐과 전략이 맞았다. 최대한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하고 매장 안팎에 다양한 홍보물을 부착했다. 특히 카페형 편의점 등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긴 매장에 홍보를 집중했다.
KTIS 관계자는 “알뜰폰 텔레마케팅에 대한 불신감이 커져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오프라인에 대한 믿음을 갖는 고객이 많았다”며 “고객센터로 오프라인 매장 가입을 묻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전국 유통망 확보가 힘든 알뜰폰 업체에 좋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소업체는 물론이고 대기업 자회사도 각종 규제에 막혀 오프라인 매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우체국이 대안이지만 대기업은 들어가지 못한다.
편의점도 신규 사업으로 알뜰폰 유통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로 시너지가 기대된다. GS25는 전국 8290여개 매장에서 6개 업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7200여개 점포에서 2개사 제품을 판매 중이다.
알뜰폰과 편의점 업체는 지금까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GS25는 지난해 4월 ‘다이렉트 포스시스템’을 구축해 알뜰폰 가입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고객센터와 통화만으로 가입을 가능하도록 해 고객이 직접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불편을 없앴다. 세븐일레븐은 향후 외국인 전용 유심 상품을 개발하는 등 고객층 확대에 노력하기로 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