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물이나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질소만으로 불을 끌 수 있는 신개념 소방장비가 개발됐다.
닛케이산업신문은 일본 최대 소방장비 업체 모리타홀딩스가 질소로 불을 끄는 소방 기술을 공개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데이터센터 등 특수 시설에 사용할 경우 화재 진압으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리타홀딩스가 개발한 기술은 연소에 필요한 세 요소 중 하나인 산소를 공간에서 줄임으로써 불을 끌 수 있게 만들었다. 질소부화공기(NEA)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질소 농도를 높인 기체를 만들어 화재 현장에 투입한다.
NEA 시스템은 공기를 압축기에서 압축한 후 필터를 통해 먼지를 제거한 깨끗한 공기를 질소 분리막을 통과시킨다. 이를 통해 기존 공기 중 21%에 달하는 산소 비율을 낮추고 질소 비율을 기존 78%에서 88% 가까이 높인다.
사카모토 나오히사 모리타홀딩스 기술연구소장은 “불을 빨리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타지 않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지 생각했다”며 “건물 등 공간의 산소 농도를 12.5%까지 낮추면 석유와 같은 인화성 물질도 타지 않는다”고 전했다.
회사는 이 기술이 인체에 주는 영향도 적어 보다 안전하다고 말한다. 이론상 이산화탄소가 질소보다 낮은 농도에서도 불을 끌 수 있지만 피해자나 구조 활동을 하는 소방관이 이산화탄소에 중독될 우려가 높다. 반면 질소는 기존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질로 단시간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NEA 시스템은 데이터센터나 문화재 등 보존이 중요한 장소에서도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간의 산소 농도를 낮춰 화재 발생을 예방하고 금속 등의 산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회사는 시스템 검증과 방화기능 평가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향후 압축기 등 장비 운영비용을 줄여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