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영에 집중해야 해서…”
차기 한국디지털인터넷엔터테인먼트협회장에 추천된 게임사 대표들이 손사래를 치고 있다. 협회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산적한 업계 현안도 쌓이고 있다. 정부가 모처럼 게임산업 진흥의지를 밝혔지만 업계에서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오는 2월 이사회와 총회를 열고 차기 협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협회 이사회가 차기 협회장 선출을 놓고 지난 연말부터 장고에 들어갔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협회 관계자는 “2월 중 이사회와 총회를 연다는 것만 정해졌다”며 “게임사 대표들을 중심으로(차기 협회장을 누구에게 맡길지)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후보군에 오른 인물들은 경영 집중을 이유로 고사하는 분위기다. 협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들 협회장을 맡는 것에 곤란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임사 경영자 이외 후보군에서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도 아직까지 접촉이 없는 상태다. 게임사 관계자는 “한마디로 답보 상태”라고 말했다.
내달 중 차기 협회장이 결정되지 않으면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관상 차기 협회장에 정해지면 현 협회장이 권한을 넘기도록 되어 있지만 남경필 현 협회장은 지스타 2014 이후 사실상 임기를 종료한 상태다.
각 사 이해관계가 다른 것이 게임업계 리더십 실종의 직접적 이유로 분석된다.
윤형섭 상명대 교수는 “웹보드, 청소년이용불가게임 등 업계 이해관계가 워낙 다양해 같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협회장직을 꺼리는 근본적 이유”라고 말했다.
1월 한국무선인터넷콘텐츠협회가 모바일게임협회로 새로 출범한 것도 변수다. 모바일 게임사 관계자는 “컴투스, 게임빌 등이 속한 모바일게임협회가 새로 꾸려지며 시선이 분산된 면이 있다”며 “게임업계로 이해관계를 함께 묶기에는 중소 개발사, 퍼블리셔, 대형 온라인게임사의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특유의 폐쇄성은 이 같은 상황을 더욱 부추긴다. 게임사 관계자는 “특히 정부 규제 이슈가 강할 때 국감 등에 불려가 혼쭐이 나는 모습에 관계자들이 많은 충격을 받았다”며 “개발자 출신 경영진이 많은 업계 특성상 누군가 총대를 메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게임학회장)은 “올해는 중국 자본 잠식, 개발 경쟁력 약화, 중견기업 경영부실 등 위험과 모바일게임 글로벌 진출이라는 기회가 공존하는 중요한 때”라며 “게임업계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나서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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