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 정부가 미국 인터넷기업들을 상대로 테러 관련 온라인 콘텐츠 통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기업들은 반발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을 상대로 최근 이 같은 협조요청을 했다고 양국 고위급 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테러단체가 올리는 게시글과 사진, 동영상 등 각종 온라인 콘텐츠의 삭제 및 사전 검열이 이들 정부가 요구하는 주요 사항이다.
이 같은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관련 법 신규 제정까지 추진하겠다는 게 해당국의 의지다.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도 이슬람국가(IS) 관련 대원 모집 글이나 동영상 등의 삭제를 요구하며 프랑스와 독일의 움직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이 같은 요구안이 ‘표현의 자유’와 직결된다는 이유로 즉답을 피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 업체들에 대한 유럽 각국 정부의 협조 요청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정무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안은 복잡한 함수를 내포하고 있다.
스노든의 폭로로 밝혀진 미 국가정보국(NSA)의 유럽 각국 정상 불법 사찰 이후 유럽연합(EU)의 반격은 사실상 예고돼 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EU의회의 구글 제재안 통과로 촉발된 인터넷 주권을 둘러싼 양 진영 간 기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테러 협조’를 명분으로 유럽이 미국 인터넷기업을 길들이려 한다는 게 해당 업체들의 속내다.
페이스북의 메시징 사업 총괄인 데이비드 마터스 부사장은 “(유럽 측이) 법적 절차에 따라 공식적으로 요구를 해오면 관련 법에 의거해 수용하겠다”며 “그게 아니라면 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미국 기업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대테러전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총격 테러 이후 프랑스 정부는 총 2만5000건 이상의 테러단체 옹호 관련 온라인 콘텐츠 삭제를 요구했다. 프랑스 경찰은 총격 사건 직후 용의자 두 명이 주고받은 이메일 전문을 마이크로소프트(MS) 측에 요구했지만 MS는 이를 파리주재 FBI지국에 넘긴 바 있다.
토마스 드 메지에르 독일 내무부 장관은 “(미국 인터넷업체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법적 해결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즈뇌부 장관도 지난해 정부가 테러리즘을 옹호하는 웹사이트로의 접속을 강제 차단할 수 있게 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