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 데이터 개방 양보다 질

박근혜정부가 표장한 ‘정부 3.0’의 핵심은 공공 데이터 개방과 공유다. 공공 정보를 국민 개개인에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일자리까지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데이터 공개와 개방을 독려한다.

일부 성과는 있다. 공개 데이터 건수와 내려 받기, 관련 서비스가 몇 배나 늘었다. 이렇게 양은 늘었는데 여전히 쓸 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공공 데이터를 공급자 위주에서 국민 중심으로 공개한다는 정부 방침이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보다 행정 관료에 필요한 데이터가 아직 많다. 공개 데이터도 기대 품질이 한참 모자란다. 공개 압박을 받은 공공기관들이 수요자에 쓸모가 없거나 미흡한 데이터임을 알아도 실적 쌓기용으로 일단 공개하고 본다. 민간이 알아서 할 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공공기관이 직접 수행해 시장을 죽이는 일도 여전하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이 문제점을 올해 개선하겠다고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민간 창업 촉진을 위해 민간과 유사한 모바일 앱 서비스를 과감히 정비할 방침이다. 부동산, 건강 등 파급효과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국민이 원하는 데이터 개방을 늘리겠다고 했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치겠다니 반가운 일이다.

특히 민간 시장 침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은 적절하다. 정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이 따로 있다. 정부는 기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민간이 필요로 할 데이터도 개발해야 한다. 민간, 특히 기업은 이 공개 데이터를 기초로 서비스로 구현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월드와이드웹재단이 지난해 86개국 공공데이터 개방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 순위가 하락했다. 준비성보다 실행력과 영향력이 부진했던 탓이다. 데이터 질 문제를 확인한 셈이다. 국민이 어떤 데이터를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점에서 정부가 개방 대상을 선정할 때부터 국민 참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 참여도 더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