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그 비결은 바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말과 생각, 생활과 문화, 심지어는 진실과 정의에 대한 기준마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태국에 주재하고 있는 나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수년간 여러 나라에서 생활했다. 각양각색의 문화를 접하며 느낀 점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른 나라의 다른 문화에서는 전혀 ‘상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몇 해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갔을 때는 편의점이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저녁 6시에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며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암스테르담 같은 세계적 대도시에서 저녁 6시 이후에 문이 열려 있는 곳은 식당뿐이었다. 심지어 주말에는 문조차 열지 않았다. 결국 암스테르담 출장 중 한 번도 편의점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인도 출장 중에는 전통시장에 들른 적이 있다. 당시 동행한 동료 중 한 명이 나라별 기념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는데 마침 꽤 마음에 드는 독특한 물건을 발견했다. 손짓발짓을 섞어 가며 몇 차례 흥정이 오고 간 끝에 한 개에 우리 돈 만원이었던 것을 천원으로 깎았다. 동료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 그 상인이 나에게 같은 물건을 반값에 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먼저 물건을 샀던 동료의 얼굴이 울상이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중에 다른 현지인에게 들어본 이유는 이러했다. 동료는 개당 천원에 매우 만족스럽게 물건을 구입했다. 그러나 나는 가격과 상관없이 그 물건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 사실을 눈치 챈 상인이 나에게서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파격적인 가격을 먼저 제시했던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건 형평성을 중시하는 우리의 상식으로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 나라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거래방법이라고 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CJ오쇼핑의 태국 합자법인 GCJ오쇼핑 역시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외식을 즐겨하는 태국인들의 식습관을 보며 많은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프라이팬이 히트 상품이 된 것, 일반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넓은 집에서 살지만 의외로 공간절약형 빨래건조대 상품이 잘 팔린 것, 이외에도 우리와 다른 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까지 사소한 것 들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의외의 결과를 얻었고 또 그것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대박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후 GCJ오쇼핑이 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형 홈쇼핑을 그들의 방식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국 시장의 고유한 상식을 오롯이 인정하며 스스로를 바꿔나갔고 이제 오히려 태국 소비자들이 한국 상품과 한국형 홈쇼핑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상식이 존재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성패는 바로 그 시장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그 문화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열린 마음으로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상식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식 사고와 정서에 얽매여 ‘다르다’가 아닌 ‘틀리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늘 겸손한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기보다 인정하려는 마음가짐, 그것이 바로 글로벌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라 믿는다.
성낙제 CJ오쇼핑 태국 법인장 marten@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