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질주가 한국 통신제조 산업 생태계를 뒤흔든다. 화웨이는 이미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도 두려워하는 상대다.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던 단계를 넘어 경쟁사와 동등한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화웨이가 한국시장에서 전방위 공세를 펼친다.
이 추세가 심화하면 화웨이는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생태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지위에 오를 수 있다. 화웨이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가격 후려치기를 통해 경쟁사를 따돌려 왔다.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 경쟁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생존까지 위협을 당한다.
더 큰 공포는 중소업체들이 무너진 다음이다. 화웨이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가격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이 또한 현실로 다가왔다. 진출 초기 경쟁사 대비 30~40%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했던 화웨이가 최근 장비 가격을 경쟁사 대비 10~20%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업계는 파악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는 기밀 유출을 우려해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을 놓고 논란을 벌인다. 미국 뿐만 아니라 대만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막을 정도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정도록 경제 관계가 돈독하며, 앞으로 더해진다. 이를 고려할 때 공공 성격이 강한 분야조차 차별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장비업계 공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제조사가 궤멸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ICT제조산업 생태계 상 허리 이상을 차지한 통신장비 시장을 중국이 마음대로 주무르는 상황이다. 자칫 우리나라 통신 산업이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통신장비 분야에서 전통적 강국인 미국과 급성장한 중국 틈바구니에서 산업계가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하지만 통신망이 보안 이슈까지 동반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인 만큼 국내 기술과 산업 기반을 유지할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실태부터 빨리 파악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