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만개 벤처 제대로 육성해야 짐 안돼

3만개 돌파로 벤처기업은 당당하게 경제 한 축이 됐다. 이는 거꾸로 이렇게 많은 기업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주저앉으면 도리어 경제에 짐이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벤처기업이 알찬 중소기업, 중견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다.

벤처확인제도를 도입한 첫해 2012개였던 벤처기업은 17년 만에 14배나 늘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주춤했다가 모바일 빅뱅 이후 부쩍 늘어났다. 정부의 적극적인 활성화 정책으로 제2의 벤처 붐도 기대된다. 그렇지만 세계 경제가 성장기였던 15년 전과 달리 지금은 침체 또는 정체기다. 벤처 붐을 정부 뜻대로 조성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벤처 생태계 원동력인 투자 회수 시장 기능이 그때와 비교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업공개(IPO)는 느는 추세이나 이전과 같은 활력은 없다. 인수합병(M&A) 시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겨울이다. 3만개를 넘은 벤처기업이 되레 부담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투자회수 시장부터 빨리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는 벤처 IPO와 M&A를 둘러싼 각종 규제를 빨리, 많이 풀어야 한다. 그래야 벤처투자자는 물론이고 투자금융사, 대기업이 움직이며, 벤처 활성화를 통한 경기 진작도 더 가시화할 수 있다.

벤처기업을 제대로 성장시키는 정책 지원도 절실하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창업한 기업이다. 맨 처음엔 자금만 있으면 뭐든지 할 것 같지만 갈수록 경영 자문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마케팅부터 법률까지 모든 게 서툴다. 제때 적절한 조언을 받지 못한다면 그대로 진흙에 묻힌다. 이렇게 아까운 기업이 많아지지 않게 벤처 투자자는 물론이고 정부도 경영 자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벤처기업 평균 매출과 종업원 수는 전체 중소기업 평균보다 높다. 중견기업으로 성공한 벤처기업이 많다는 방증이다. 벤처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자금 지원도 좋지만 벤처기업이 스스로 중소·중견 기업으로 성장하게 만들 체계 구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정책 당국은 늘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