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보통신(IT) 업체 블랙베리가 미국의 망중립성(net neutrality) 논쟁에 발을 담갔다. 나아가 일명 ‘앱 중립성(app neutrality)’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존 첸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가 망중립성에 찬성하며 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적용해야한다는 주장을 최근 미 의회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회사 공식 블로그에 공개했다고 25일 애플인사이더 및 주요 외신들은 보도했다. 고객들이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 등 운용체계(OS)와 무관하게 앱이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야한다는 주장이다.
존 첸 블랙베리 CEO는 자사의 ‘앱 및 콘텐츠 중립성’에 대한 전략을 소개했다. 회사는 지난 2013년 내놓은 앱 ‘블랙베리메신저(BBM)’를 자사 단말기 외 경쟁사인 안드로이드나 아이폰 제품을 쓰는 사용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내놓은 모바일 기기 관리 소프트웨어 ‘BES12’도 마찬가지다.
첸 CEO는 “모든 무선 광대역 이용자들은 합법적인 어떤 앱과 콘텐츠에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앱이나 콘텐츠 공급업체들도 플랫폼 차별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는 미 당국이 앱 개발자들에게 앱을 만들 때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플랫폼뿐만 아니라 블랙베리 플랫폼용으로도 제작하게끔 강제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외신들의 해석이다.
첸 CEO는 “앱 개발자들이 아이폰·안드로이드용 앱에만 주력하면서 그 둘만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야말로 망중립성 지지자들이 비판해왔던 차별적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모바일 앱 플랫폼 시장은 구글·애플이 과점 중이고 윈도·파이어폭스·리눅스·타이젠·우분투 등 여러 운용체계(OS)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블랙베리도 이 중 하나다. 실제 블랙베리는 첸 CEO의 주장처럼 앱 부족 현상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앱 개발 업체들이 소규모 플랫폼 업체에 맞게 앱을 개발하기엔 유인력이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대형 앱 개발 업체는 이미 각 플랫폼별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도 하다. 만약 ‘앱 중립성’이 현실화되더라도 소규모 플랫폼 업체들이 살아남기엔 한계가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한편 망 중립성은 통신망을 전력이나 철도처럼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여겨야 한다는 주장으로, 지난해 미국의 국가적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서 원하는 콘텐츠 서비스를 선택해야 한다”며 초고속 인터넷 망 등도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망중립성 찬성론자다. 버라이즌 등 망 사업자들과 공화당은 “광대역 서비스 등에 대한 투자를 업체들이 직접 하니 망은 사유재산이고 가격에 따른 서비스 차등화도 당연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