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과 직원의 직위가 같다 보니 임원의 ‘영(令)’이 안 섭니다. 위계질서를 바로잡고 비정상적인 현재 조직 형태를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개편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5개 본부였던 조직을 2개 본부 5개 ‘단’ 편제로 바꾸고 그 밑에 실을 두는 형태의 대규모 조직개편을 계획하고 있는 환경산업기술원에 대한 환경부 관계자의 말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은 그동안 원장 아래 임원급 본부와 직원급 본부를 수평 형태로 배치했다. 일부 본부는 임원이 본부장을 맡고 나머지는 선임 직원이 본부장을 담당하는 형태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에서 기존 5개 본부를 한 단계 강등해 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임원 두 명이 상위 조직인 본부를 맞아 5개 단을 나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일련의 개편작업을 보면서 드는 의문이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의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비전과 목표에 맞춘 조직개편이라기보다 단순히 위계질서 확립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다. 최근 정부와 공기관이 슬림한 조직을 지향하는 분위기에 역행하는 결재 라인이 한 단계 더 늘어나는 퇴보적 형태의 개편을 해서라도 ‘영’을 세워야 하는지 말이다.
지난 2009년 환경기술진흥원과 친환경상품진흥원 통합으로 설립된 환경산업기술원은 MB정부 녹색성장 기조 아래 기후변화정책 관련 탄소성적표지, 그린카드, 녹색생활 확산 업무가 늘어나면서 조직 규모도 빠르게 성장했다. 5년 새 늘어난 업무만큼 직원 수도 두 배가량 많아졌다. 그 배경에는 실장·팀장 등 실무자가 진행하는 업무 내용을 꾀고 있는 내부출신 본부장이 원장에게 바로 결재 받는, 사실상 직원과 원장이 직접 교류하는 스피디한 핫라인 조직이었다는 사실이 있다. 어느 공기관보다 빠른 의사결정과 피드백이 가능한 조직체계가 환경산업기술원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다.
이 같은 장점을 버리면서 굳이 임원 아래 직원을 둬 위계질서를 세워야만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외부출신 임원들을 상급자로 만들어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조치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