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알츠하이머병 등 노인성 뇌질환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 및 실질적인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증상완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노인성 뇌질환에 대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기능회복을 만들어 주는 치료제 연구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새로운 노인성 뇌질환 치료법의 한 가지로 유전자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등 생명과학 분야 선진국들은 뇌질환 치료와 관련된 유전자 치료 연구에 역량을 점차 확대하고 있으나, 국내에서의 노인성 뇌질환 관련 유전자 치료연구는 많이 미흡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북대 김상룡 교수팀과 경희대 진병관 교수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 신경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유전자 구조체 ‘Rheb(S16H)’를 제작하고, 그 보호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노인성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결과다.
해마 신경세포는 기억 관련 중추인 해마조직에 있는 신경세포다. 알츠하이머병은 해마 신경세포 손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나 파킨슨병 환자가 급속히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는 신경퇴화라는 노인성 뇌질환의 공통적인 병리현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노인성 뇌질환 환자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의 경우 전체 신경시스템이 소실된 것은 아니나 정상적인 행동을 나타낼 수 있는 역치값을 벗어났기에 발생한다”면서 “남아있는 손상된 신경세포의 활성을 재유도할 수 있다면 다시 그 역치값 정도는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유전자 치료제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 2006년부터 노인성 뇌질환 치료와 관련된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다.
이번에 개발한 유전자 구조체는 특정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유전자를 운반할 수 있고, 자율적 증식능력이 있는 DNA 분자로 한번 투여하면 지속적으로 표적 단백질 생성을 유도할 수 있다.
연구팀이 신경독성 물질에 노출된 쥐의 해마에 Rheb(S16H)를 주입한 결과, 해마 신경세포 사멸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주입된 Rheb(S16H)가 신경세포 생존과 성장에 중요한 단백질 ‘mTORC1’을 활성화하고, 이에 따라 해마 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인자 발현이 증가하면서 독성에 의한 사멸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현재 노인성 뇌질환으로 나타나는 신경세포 퇴화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신경퇴화를 막거나 소실된 뇌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 유전자 구조체가 신경퇴화를 막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상룡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노인성 뇌질환과 연관될 수 있는 성체신경세포의 활성과 보호를 위해 어떤 타깃을 고려해야 될 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노인성 뇌질환 치료제 발굴에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상용화로 이어지려면 손상된 뇌조직에서의 역할이 규명돼야 하고, 부작용 등 인체 유해성 검증도 필요하다.
연구팀은 “충분한 연구비 지원으로 지속적 연구가 가능하면 실질적 실용화 기간을 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제 치매가 유도된 동물모델에서 효과검증이 필요하고, 이후 다양한 포유류를 이용한 역효과 유무검증 연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및 응용미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이자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분자치료(Molecular Therapy)’ 온라인판 13일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