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인 총리 내정과 청와대 특보단 신설로 국민과 더 소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 핵심 측근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해온 여론을 결국 받아들이지 않아 효과는 반감했다.
인적 쇄신 여론이 특정인 교체 요구만은 아니다. 대통령 국정 스타일을 바꾸라는 요구에 더 가깝다. 가뜩이나 권한을 집중된 한국 대통령제인데 정부 부처가 알아서 할 일까지 대통령이 처리하니 권한이 더욱 집중됐다. 정부부처 국·과장급 인사까지 챙길 정도다.
대통령 권한이 세면 정부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 힘은 당연히 약해진다. 청와대 수석뿐만 아니라 각료 모두 대통령 입만 바라보고, 결재만 기다린다. 동맥경화다. 존재감도 상실한다. 정치인 출신으로 국민 관심사인 경제 살리기 정책을 주도하는 최경환 장관을 빼면 국민적 인지도가 있는 장관이나 수석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진정 국민과 소통하겠다면 권한부터 위임해야 한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는 ‘각하’ 호칭으로 공연한 구설수에 올랐지만 그래도 정치인 출신이다. 이 내정자가 다음 달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총리 권한인 장관 제청과 해임권부터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해야 국민은 대통령이 달라졌다고 받아들인다.
박 대통령 임기 3년차다. 정부부처마다 국정과제는 정해졌으며, 조직은 안정됐다. 각 부처가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수행하도록 대통령은 장관에게 권한과 책임을 더 부여해야 한다. 대통령은 세세한 국정은 내각 자율에 맡기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개혁 등 큰 국정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청와대 수석과 특보는 이를 위한 대통령 보좌에 집중해야 한다. 수석은 정부부처와 손발을 맞춰 국정을 수행하고, 특보는 청와대와 부처가 미처 챙기지 못한 사안과 여론을 대통령에 전달하는 역할 분담이 있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특보 의견을 적극 청취해야 허울뿐 조직이라는 뒷말도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