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아이폰 판매량이 미국을 제쳤다. 생산은 물론, 판매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중심이 중국으로 급속 이전 중이라고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27일(현지시각) 예정인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나온 시장 예측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아이폰 판매량이 본토 미국을 추월할 전망이다. 지난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사상 최초다.
FT는 이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던 미중 양국간 ‘힘의 균형이 무너진 격’(shifting power balance)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 공급을 개시한 것이 판매량 급증에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작년 10월 아이폰6가 중국시장에 출시된 이후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샤오미 등 저가폰과 확실히 차별화된 하이앤드 시장 점유, 삼성 갤럭시폰의 침체 등이 겹치면서 애플의 중국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지난해 팀쿡 애플 CEO은 “단일 시장으로서 우리의 최대 고객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 될 것”이라며 이같은 현상을 이미 예견했다. 현재 애플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아이폰에서 나온다.
UBS증권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출하된 아이폰의 36%가 중국에서 팔렸다. 반면, 미국 판매분은 24%에 그쳤다. 불과 1년전 같은 기간만 해도 미국이 29%, 중국이 22%였다.
시장조사업체인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티지스의 벤 바자린 연구원은 “아이폰 판매량 역전은 중국에 긍적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며 “이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잠재력이 미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빠르면 내달 중국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보이는 ‘애플워치’가 애플의 ‘차이나 열풍’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바자린 연구원은 덧붙였다.
하지만,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넘어야할 장애물도 많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놓고 글로벌 경쟁자들의 도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의 기싸움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실제로 지난해 아이폰6의 출시간 한 달여 연기된 것도 중국 당국의 규제 때문이었다.
이밖에 저가폰과 안드로이드계 스마트폰이 여전히 수적으로 절대 우위에 있는 현실 역시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맞닥드려야할 난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