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정의 신문고] 언제까지 맨먼스(Man Month) 작업해야 하나요

[주문정의 신문고] 언제까지 맨먼스(Man Month) 작업해야 하나요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반드시 뜯어고쳐야 할 것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입찰 관행’을 들 수 있습니다. 핵심은 최저가낙찰제일 것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솔루션이라도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 낙찰받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것이 벤치마킹테스트(BMT) 의무화입니다. 공공기관에서 ICT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는 반드시 BMT를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엔 보안 관련 솔루션 도입 프로젝트에서 BMT로 당당히 선정된 사례가 나오기도 합니다. 제도 도입 초기라 아직은 BMT 결과가 당락을 좌우하는 모양입니다. 기우이길 바라겠습니다만, BMT 후에 다시 가격경쟁을 부추겨 무늬만 BMT 의무화로 희석되지 않길 바랍니다.

최저가낙찰제 이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절대적 기준인 맨먼스(Man Month) 계산입니다.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할 수 있는 양을 계산해 제안서에 기록하는 일입니다. 이론적으로 프로젝트 기간에 맞춰 투입 인원을 산정하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일본 만해도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예정한 기간보다 먼저 끝나더라도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마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기업은 철저하게 맨먼스에 입각해 과업시간표를 짭니다. 제안서 작업의 상당 시간을 석·박사급 인력 맨먼스 작업하는데 보내는 셈입니다. 일이 빨리 끝날 것도 기한을 맞추기 위해 인력을 조정해놓고 남는 인력은 다른 프로젝트에 배치하기도 하는 꼼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석·박사급 인력이 하는 것으로 짜놓은 프로그램도 실제로는 전문대졸 인력이 하는 사례도 허다합니다.

투입하는 인력과 기간을 정확하게 계량하려고 도입한 맨먼스 제도가 사람 부풀리기, 혹은 시간 부풀리기 꼼수로 전락한 셈입니다. 프로젝트가 부실화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죠.

최근 입찰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맨먼스 제도도 반드시 뜯어고쳐야 합니다. 시공사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공기를 단축하거나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이면 걸맞은 인센티브를 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요. 언제까지 맨먼스 계산하느라 시간을 허송해야 하나요.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