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고 있는 기술금융(기술신용대출) 대출실태와 정책효과 재점검을 시사했다. 금융계가 자영업자 대출, 갈아타기 대출 등을 마구잡이로 기술금융 실적에 넣은 탓에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조직개편 후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국민이 현장에서 (정부 업무의) 성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법을 개정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사례로 기술금융을 들고 “지난해 무려 8조9000억원이나 공급했는데 실제로 은행 창구에서 기술력만으로 대출을 받고 있는지, 그래서 의도한 정책효과를 국민이 직접 체감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중소·벤처기업의 기술과 특허를 평가해 담보 없이 자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이 최근 급증했으나 실제로는 중소기업 자금 조달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술금융은 지난해 상반기 지지부진했으나 당국이 금융권 기술금융실적을 공개하는 등 강력하게 밀어붙이자 연말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하반기 주요 은행의 전체 중소기업 대출은 상반기보다 고작 0.5% 늘어나는 데 그쳐 은행이 일반대출을 기술금융으로 돌리거나 자영업자 대출까지 포함하는 등 편법으로 수치만 부풀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은 또 세수부진 속에 복지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방교부세나 교육재정교부금 등 제도 개혁으로 재정을 확충할 것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1960년대 도입한 이후에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기본 골격에 큰 변화가 없었다”며 “이제 우리가 현행 지방재정제도와 국가의 재정지원시스템이 지자체의 자율성이나 책임성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고 제도적 적폐가 있으면 과감히 개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자체세입을 확대하면 오히려 지자체가 갖게 되는 교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체 세입을 확대하려는 동기나 의욕을 꺾는 그런 비효율적 구조는 아닌지 점검해야 하고 또 고령화 등으로 증가하는 복지수요의 크기가 교부세 배분기준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하겠다”고 밝혔다.
후임 총리 지명 및 청와대 개편에 따른 인적쇄신 이후 처음 개최된 이날 회의에는 신설된 특보단도 참석했으며 처음으로 참모들이 근무하는 위민1관에서 열렸다.
박 대통령은 “어떤 정책을 바꾸고 제도를 도입할 때는 다양한 각도에서 치밀하게 종합적으로 분석해 준비하고 그러려면 청와대 수석실부터 칸막이를 없애고 각 부처의 정책을 함께 다뤄야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라며 “정책조정수석실을 만든 것도 이런 것을 잘 종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정책조정수석이 전체적 시각에서 각종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달라”고 참모진에게 당부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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