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산·학·연이 게임 인식전환 위해 뭉칠때

이재홍 교수
이재홍 교수

게임을 연구하고 게임산업 미래 비전을 고민하는 연구집단 수장으로서, 게임 전문가가 되려는 제자를 양성하는 교수로서, 요 몇 년 새 쇠락해 가는 게임산업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봤다.

게임이 규제 한도를 넘어 마약류로 매도당하는 현실에 마음 아파하는 제자들과 게임인들을 대하는 것 자체가 참담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말 나온 정부의 ‘게임산업진흥을 위한 중장기 계획’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게임은 인류의 노곤한 삶을 위로해주고, 여가시간을 즐겁게 채워주는 놀이문화다. 게임은 인문학과 예술과 공학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으뜸 융합학문이며, 디지털시대의 첨단종합예술이다.

더욱이 ICT를 근간으로 허허벌판에서 성장해 10조원의 매출실적을 내고 있는 창조산업의 훌륭한 모델이다. 지난해 3분기에 기록한 1조8000억원이라는 게임 수출액이 우리나라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의 60%에 해당하는 사실은 게임이 문화콘텐츠의 핵심산업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 같은 사실만으로도 산업적 긍정성을 인정받아야 하지만, 이런 순기능적 사실을 일반 대중은 잘 모른다. 그동안 정부 규제정책으로 인해 역기능만 일방적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이 괄목할 성장을 일궈내고 있지만, 지난해 우리 게임산업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외면했던 게임산업을 위해 정부가 다시 팔 걷고 나선것은 게임산업의 위기를 이대로 놔두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나온 어두운 터널은 뒤로 하고, 진흥을 위해 앞만 보고 뛰어 나가자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 게임산업이 위축된 사이 이웃 중국과 일본, 북미·유럽 국가들은 게임산업을 육성하고 장려하는 정책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우리 정부는 피카소프로젝트를 구축해 ‘게임산업 재도약 기반 마련’ ‘게임 인식 제고를 통한 가치의 재발견’ ‘차세대 게임산업 신영역 창출’이라는 세 가지의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게임산업 재도약 기반 마련’을 위해 무엇보다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게임의 본질부터 파악하고, 해외 게임산업의 실태를 정확하게 벤치마킹해 기존 정책에 대한 대대적 수정과 보완을 해야 한다.

다양한 부처가 게임산업의 숨통을 조였던 규제들을 철폐 혹은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규제 관련 논의를 담당할 부처를 일원화시켜야 한다.

‘게임 인식 제고를 통한 가치의 재발견’을 위해선 다양성이 강한 게임산업 순기능과 문화예술성을 정립시킨다는 목표아래 학문적·정책적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게임산업의 진정한 산업적·경제적·예술적·문화적 가치가 재정립될 때야만 비로소 게임산업이 고급 문화예술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차세대 게임산업 신영역 창출’은 산·학·정·연이 모두 소통하고 뭉쳐서 이뤄야 한다. 그동안 산업은 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학계는 학계대로, 연구계는 연구계대로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달려왔다. ICT 발전에 따라 게임개발 기술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게임을 진화시켜 나갈 요건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만큼 정부와 산업, 산업과 학계 그리고 연구계가 의기투합해 게임산업에 변혁의 물결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시장도 열 수 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게임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제작기술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세계를 놀래킬 차세대 게임기술이나 플랫폼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 대한민국에서 탄생되는 판타지가 동양의 판타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국형 ‘해리 포터’와 같은 스토리 개발에도 매진해야 한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교수) munsarang@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