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7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자 “지상파 방송 편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초고화질(UHD) 방송, 광고총량제, 다채널 방송(MMS), 한국방송공사(KBS) 수신료 인상 등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가 정부에 요구한 ‘민원성’ 정책이 올해 방통위 주요 업무에 대부분 포함됐기 때문이다. 방송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통위 방침이 지상파 방송사 민원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방통위가 올해 주요 업무계획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은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됐다.
지상파 방송사는 그동안 UHD 방송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유휴대역인 700㎒ 주파수 대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700㎒ 주파수 대역은 통신용으로 할당된 상태다.
통신업계는 세계적으로 700㎒ 주파수 대역을 UHD 방송에 배정한 국가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급증하는 이동통신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학계 일각에서도 현재까지 명확한 UHD 방송 국제 표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먼저 도입하면 향후 일본, 중국 등 경쟁국가에 기술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 방송에 광고 형태·횟수를 구분하지 않고 전체 광고시간만 규정하는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겠다는 방통위 방침에 거세게 반발했다.
방통위는 광고총량제, 가상·간접광고 등 지상파 광고규제 수위를 대폭 완화한 반면에 유료방송은 지상파 방송 대비 광고 시간만 불과 2%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전체 방송광고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지상파 광고 규제만 완화했다”며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방송광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위가 업무 계획에서 다채널 방송(MMS) 허용 대상을 현행 EBS에서 다른 지상파 방송사로 확대 적용할 가능성을 암시한 것도 지상파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MMS는 디지털 압축 기술로 주파수 대역 폭을 나눠 복수 채널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1개 채널을 송출하는 데 필요한 신호전송 용량 19.39Mbps에서 두 개 이상 고화질(HD) 방송 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
유료방송 업계는 광고 수익 악화와 MMS 채널의 가입자당 재송신료(CPS)가 부과될 가능성을 우려해 MMS 허용 대상 확대를 반대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는 특정 사업자(EBS)만 MMS를 제공하는 것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저해하는 것이라며 전면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 중심으로 업무 계획을 구성하면서 지상파 방송의 민원창구로 전락했다”며 “방송산업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